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윤창원 기자[앵커]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태영호 의원이 최고위원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한 녹취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태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에게 말하는 해당 녹취 음성엔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비서관이 총선 공천을 거론하면서 태 의원에게 한일관계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대통령실과 태 의원 모두 즉시 해당 발언을 부인했지만, 당 안팎에선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의혹이 또 불거졌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태 의원이 발언이 거짓말이었다고 해도 대통령에 대한 옹호 발언이 곧 공천과 직결된다는 소속 의원의 인식이 드러난 셈이라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부 김명지 기자와 전화 연결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태 의원과 이 수석 사이 어떤 대화가 오간 건가요?
[기자]
녹취에 따르면 태 의원은 이 수석이 자신에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를 갖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걸 최고위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을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최고위원으로 있는 기간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대통령에게 보고가 들어가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것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최고위원으로서 대통령실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 다음 총선 공천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는 겁니다.
[앵커]
하지만 이 녹취 내용에 대해선 양측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과의 대화 관련 언론보도 등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기자]
네. 이 수석은 오늘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 즉 대통령실이 하는 게 아니란 설명이었습니다.
태 의원 역시 보도가 나오자마자 입장문을 통해 양측이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나 공천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상 대화는 태 의원이 자신의 의원실 보좌진에게 한 말이었는데요.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을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 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 '과장'이 섞인 말이란 해명이었습니다.
[앵커]
결국 태 의원 본인이 보좌진에게 사실이 아닌 내용을 부풀려 얘기한 거였다는 말이네요.
[기자]
네. 이 정무수석과 태 의원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만약 공천 언급이 실제 있었다고 가정하면 태 의원이 스스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치부하며 상황을 봉합한 것으로 해석도 가능합니다.
만일 이를 부인하지 않으면 이게 곧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안 그래도 대통령실 인사들에 대한 공천 규모를 두고 당 내부나 지역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간 대통령실은 이같은 당무, 공천 개입 논란에 여러 차례 선을 그어왔는데, 이를 정면으로 뒤집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론, 대통령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공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내 일각의 부적절한 인식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셈입니다.
최근 대통령실은 강제징용 해법 등을 둘러싼 한일관계에 골머리를 앓아왔죠.
태 의원은 당내에서 앞장서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 당일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구상권 포기 결정을 대승적 결단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또 지난달엔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명기한 일본 외교청서에 대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의 화답 징표"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이런 발언이 공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태 의원이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앵커]
태 의원은 국민의힘의 최고위원으로, 지도부 일원이기도 한데요. 이에 대한 지도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어떤 건가요?
[기자]
우선 태 의원이 녹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 만큼 그 자체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푭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윤재옥 원내대표]
저는 사실이 아닌 거로 해명하신 거로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데 사실을 전제하고 가정하고 답변 드리기엔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공개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그 녹취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 개입, 공천권 개입이란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태 의원이 전혀 없는 일을 꾸며낸 것이라면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단 이유로 사퇴를 요구받는 등 곤란했던 상황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또,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 개입 가능성을
누누이 경고해왔다며 이번 사건이 공직선거법 상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 개입이 아닌지, 수사기관이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총선 공천에 분명한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며 이번 사안은 정부의 정치 중립 훼손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태 의원은 지금 다른 건으로 이미 당내 징계 절차가 시작돼 있기도 하죠.
[기자]
네. 태 의원은 최근 공적 발언으로 잇따른 논란을 일으키며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가 개시된 상황입니다.
윤리위에 따르면, 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사회적 물의를 빚은 'JMS'에 빗대는 등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나, 제주 4‧3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발언으로 징계 검토가 시작됐습니다.
윤리위는 오는 8일 회의에서 당사자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치부 김명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