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김준형 연구위원이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구 보고서 '최근 경상수지 변동요인과 시사점'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KDI 제공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대폭 하향했다.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 김준형 연구위원은 3일 발표한 연구 보고서 '최근 경상수지 변동요인과 시사점'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160억 달러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치 275억 달러보다 115억 달러나 줄어든 규모로,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KDI의 경상수지 전망이 지난해 12월 상황으로 후퇴한 셈이다.
특히, 이번 전망치는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200억 달러대와도 거리가 아주 멀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경상수지가 42억 1천만 달러 적자로 월간 기준 사상 최악이었음에도 기획재정부 방기선 제1차관은 올해 연간 200억 달러대 흑자를 전망했다.
바로 다음 달에 2월 경상수지 역시 5억 2천만 달러 적자로 나왔지만, 방기선 차관은 연간 200억 달러대 흑자 전망을 되풀이했다.
김준형 연구위원은 흑자 전망치 대폭 하향과 관련해 "세계 경제 부진이 상반기에 지속되고, 하반기에 회복되더라도 예상보다는 더뎌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내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인 것도 이번 전망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도 최근 경상수지 하락 요인 중 하나"
김 연구위원의 이번 보고서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최근 경상수지 하락은 교역조건 악화에 주로 기인하지만, 내수 회복도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가 높은 회복세를 보이면 수입 증가를 부추겨 무역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경상수지가 상반기에는 세계 경제 부진이 지속되는 반면, 내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1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 회복과 더불어 내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상수지가 260억 달러 흑자로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2월까지 두 달 연속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 축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 폭 축소가 거시경제 안정을 담보하지 않을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제가 어려운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내수를 둔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내수 경기와 밀접한 고용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 대외건전성이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양호한 만큼 거시경제정책 기조는 경상수지의 단기적 변동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상수지의 단기적 변동보다는 물가와 경기, 고용 등 거시경제 여건과 밀접한 지표를 중심으로 현황을 평가하고 정책 기조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