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윤관석·이성만 의원.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사실상 탈당시키면서 후속대책 마련에 대한 부담감을 한시름 던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재 진행 중이고, 돈봉투 의혹 관련 추가 피의자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당은 쇄신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윤관석·이성만 "선당후사 하겠다"…당 지도부 부담 덜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탈당 의사를 밝힌 윤관석 의원이 참석해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3일 의원총회에서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책임으로 자진탈당했다.
윤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경선 관련 사건으로 많은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여러 사안에 대해 반박과 할 말은 너무도 많지만, 앞으로 있을 검찰 조사와 사법적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잠시 당을 떠나지만 정치 검찰에 당당히 맞서겠다"며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명예를 되찾아 반드시 민주당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야당 탄압, 기획수사라며 각을 세웠다.
이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 관련 의혹으로 여기 계신 의원님들과 당에 부담과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민주당을 떠나 거친 광야에 홀로 서겠다"며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검찰독재 폭거 앞에 놓인 위태로운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돼 반드시 다음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탈당 의사를 밝힌 이성만 의원이 참석해 동료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들은 자진 탈당이라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지도부의 압박이 이들의 탈장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특히 이 대표는 탈당 전날 윤 의원을 만나 탈당을 결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도 당초 탈당 의사가 없었지만 막판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의원이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최고위 차원에서 강제로 탈당시키는 방안까지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해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당을 떠나면서 당은 서둘러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을 일부 던 모양새다. 그동안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당이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당 내외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3선의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SNS를 통해 "안타깝지만 옳은 결정이다"라며 "고통스럽지만 그 용단이 옳음을 알기에 두 의원님께 고맙다"고 둘의 결단을 반겼다.
쇄신 방안 논의…李 사법리스크 여전히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은 두 의원의 탈당 발표 직후 의원총회에서 머리를 맞대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당초 쇄신의총의 시기와 방식 등 형식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쇄신 방안에 대한 의견 개진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여된 분들이 더 발견될 수 있을 텐데 그때마다 엄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당의 대응이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적 발언도 일부 있었다"며 "비위 사실에 대한 혐의 제기 시 작동하는 당내 조사기구도 있고 윤리감찰단, 징계를 결정하는 기구도 있는데, 그런 기구들을 통해 어떤 판단이 이뤄지는 것이 당사자 입장에서 수용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 전원이 1박2일 동안 모여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다만, 현실적인 쇄신책을 내기 힘들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당내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당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도 전에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액션을 과하게 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미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 원내대변인은 "돈 봉투 의혹을 포함해 우리 당 관계자들에 대한 다양한 사건이 있는 게 사실이고, 그 사건들이 원칙과 기준대로 처리되고 시스템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에둘러 답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당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내로남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이 침몰하든 말든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방탄 대오를 주문했던 그가 쩐당대회 돈 봉투 살포는 철저히 '남의 일'이라고 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