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제주 4·3사건과 관련한 '김일성 지시설' 등 역사관 문제와 '공천 녹취', '쪼개기 후원'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10일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부족함으로 최근 여러 논란을 만들어 국민과 당원들, 당과 윤석열 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오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이제부터 백의종군하며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의힘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고, 제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만을 생각하며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가 예정된 가운데, 자신에 대한 중징계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앞서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최고위원직 사퇴 여부가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될 수 있냐는 물음에 "예상할 수 없어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징계 수위는 (언론, 여론이) 예상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윤리위가 열린 이후 오늘까지 많은 고민을 하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며 "오늘 당 지도부와 윤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오찬을 하는데,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옆에서 보는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제 개인의 일탈 때문에 일부 최고위원들까지 대단히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일탈'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태 의원은 "최근 일어난 모든 논란"을 언급하며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녹취 문제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했다.
사퇴 결정 전 지도부나 대통령실과 소통했는지를 묻는 말엔 "없었다"며 "어제는 저를 지지해주고 지난 전당대회 때 저와 함께 버스를 타고 전국을 함께 다니신 지지자분들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고, 오늘 아침에도 다시 한번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회견장을 예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저에 대한 모든 악의적 프레임과 공격에 대해 굴복은 없다고 말씀드린 점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며 "제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은 바로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다. 이를 목표로 두고 앞으로 긴 호흡을 갖고 뚜벅뚜벅 앞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 의원은 제주에 직접 찾아가 사과할 생각이나, 당내 직접적인 사퇴 요구가 있었는지를 묻는 말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