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의무 해제 등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토착화)'이 임박한 가운데 방역당국은
65세 이상 및 면역저하자에 한해 상반기 추가접종을 실시한다. 오미크론 변이 맞춤용으로 개발된
2가백신을 맞은 지 석 달이 지나 면역력이 떨어진 고위험군이 대상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질병관리청은 10일 최근 방역상황과 백신의 효과성, 면역유지기간 등을 고려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상반기 코로나19 고위험군 접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말 내놨던 예방접종 기본계획을 토대로 코로나19 백신분야 전문가 자문회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거쳐 수립된 방안이다.
앞서 지난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하면서, 국내 방역은 일상적 관리체계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둔 비상 태세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상황이
코로나19의 위협이 완전히 끝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코로나19를 일반 호흡기감염병처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고위험군 보호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질병청은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는 12세 이상 면역저하자,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동절기 접종시기가 도래하기 전 추가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BA.4 및 BA.5 기반 2가백신(화이자·모더나)이 우선 권고되지만, BA.1용 2가백신도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BA.1 기반 2가백신은 현재 보유백신의 유효기간에 따라, 모더나의 경우 오는 29일까지, 화이자는 10월 31일까지 접종에 활용할 수 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금기대상이거나 다른 백신 접종을 원할 경우, 노바백스나 스카이코비원 등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백신도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접종 간격은 2가백신을 맞은 지 3개월(90일)이 지나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접종 6개월(180일) 이후 추가접종이 권고된다. 전체 면역저하자 132만 명 중 2가 백신을 한 차례 접종한 39만 명,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접종을 권고 받은 65세 이상이 추가접종을 받을 수 있다.
면역저하자는 구체적으로 △종양 또는 혈액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 후 2년 이내인 환자 또는 이후라도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는 경우 △일차(선천) 면역결핍증 △고용량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이다.
사전예약 및 당일접종은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며, 예약에 따른 실제 접종은 29일 시행된다. 상반기 접종의
권고기간은 동절기 접종과의 간격을 감안해 다음 달 30일까지로 잡았다.
전국 위탁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접종이 가능한데, 세부사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홈페이지(ncv.kdca.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질병관리청 제공방역당국에 따르면, 면역저하자는 일반 성인에 비해 면역획득력이 낮을 뿐 아니라 얻어진 면역의 지속기간도 짧다.
올 2월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CDC ACIP) 자료를 보면, 2가백신을 접종한 면역저하자의 입원예방효과는 60~119일 동안 미접종 대비 43%였다. 하지만 접종 120~179일 후엔 31%로 떨어져, 시간이 경과하면 상당부분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2가백신을 한번 맞았더라도 몇 달이 지난 면역저하자에겐 코로나19 위험도가 꽤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65세 이상도 마찬가지로 △2가백신 접종 후 면역감소 관련 국내·외 연구 △미국·영국 등 국외동향 △여전한 질병부담 등이 추가접종의 근거로 꼽혔다.
코로나 위중증 및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넷째 주 기준으로 각각 85.6%, 95.2%에 이른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2가백신을 추가로 맞은 경우 중증화 예방효과는 103일까지 50% 이상 유지됐다. 종전의 단가백신을 2차 이상 접종한 사례보다 우수한 결과다. 이후 104~133일차에는 효과가 37.9%로 반감됐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예방접종자문위 등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됐다.
주요 선진국들도 일부 고령층 등에 대해서만 상반기 추가접종을 실시하는 추세다.
미국은 의사의 임상적 판단이 있는 경우에만 65세 이상의 접종을 진행하고 있고(허용하되 권고하지 않음), 영국은 '75세 이상'으로 제안 연령층 기준이 더 높다.
가까운 일본은 기저질환자·65세 이상에 국한해 내달 말까지 추가접종을 권고 중이다.
정부도
고령층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진료과정에서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로 대상 범위를 좁혔다. 당국은 의료기관 대상으로 이같은 점을 안내할 예정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 동절기 2가백신을 맞지 않으신 분들이 면역저하자의 70%, 65세 이상의 60%인 상황"이라며 "지금도 희망자는 접종이 가능하므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예방이 최우선 목표"라며 "접종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면역저하자는 이번 접종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질병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