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어 논란을 빚었던 '스미세키 마테리아루즈 강제 동원' 사건의 항소심이 11일 진행됐다.
그동안 시간 끌기로 재판을 지연해 온 일본 기업 측은 이번엔 민사소송법을 근거로 항소심 재판을 진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강제동원 피해자 송모 씨 등 17명이 일본 스미세키 마테리아루즈, 에네오스, 미쓰비시 중공업, 미쓰비시 마테리아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이 재판은 앞서 2021년 6월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가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각하 판결을 해 논란을 빚었던 사건의 2심이다.
2021년 6월 1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관계자들이 일본 기업들에 대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한 1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각하 판결에 반발해 항소했지만, 이후 일본 정부가 줄곧 무대응 전략을 유지하며 일본 기업에 서류를 송달하지 않으면서 2년 가까이 재판이 지연되고 있었다.
이날 열린 변론 기일에서도 일본 기업 측 변호인들은 민사소송법 418조(필수적 환송)을 근거로 2심 재판을 진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쓰비시 마테리아루 측 변호인은 "1심 재판은 첫 기일에서 한일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각하 판결했다"라며 "(2심 재판부가 볼 때) 각하 판결이 정당하다면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해야 하고, 부당하다면 파기환송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사소송법 418조는 2심 재판부가 1심의 각하 판결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사건을 1심 재판부에 환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2심 재판부가 판결할 수 있을 정도로 1심 재판부의 심리가 이뤄졌다면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 2심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1심 재판은 심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각하됐고, 2심 진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일본 기업 측이 법률적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면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 황진환 기자한편, 이 재판과 함께 진행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일본 측은 강제동원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고, 그렇기에 제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당 일본 기업의 사업장에서 징용 당했다는,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인정할 수 있다"라며 강제동원 피해자 측의 입증 계획을 요구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자료는 일본 기업 측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피해자들은 전시에 어느 회사, 어느 사업장으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배에 올라탔고 이것을 하나하나 특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미쓰비시 중공업 측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서 낼 생각은 없는가?"라고 묻자 미쓰비시 중공업 측은 "갖고 있지 않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어떻게 제출하는가"라고 맞섰다. 재판부가 이후에도 재차 "미쓰비시 중공업 측은 일체 자료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미쓰비시 중공업 측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 사건들의 다음 재판은 7월 20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