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도시 A 아파트 한 입주자 집에서 입주자의 자녀가 혹파리의 사체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인천 송도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 일부 세대에서 날벌레의 일종인 '혹파리'가 잇따라 나오자 입주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도시 A 아파트 입주자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창문틀과 화장대 서랍, 붙박이장 등에선 지난달 중순 이후 혹파리의 알이나 사체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전체 1820세대로 이뤄진 A 아파트는 올해 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혹파리 등 해충 관련 하자 접수를 한 세대는 수백 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단지 내 오피스텔 세대에서도 비슷한 하자 접수 건이 잇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자들은 새 아파트에 들어왔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달 이 아파트에 입주한 김예지(34)씨는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데 이제 막 입주한 아파트에서 벌레와 함께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매번 벌레를 잡고 약을 뿌리는데도 소용이 없어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자 유선호(가명·42)씨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방역이라도 하려 했으나 신청 세대가 많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방역을 완료한 세대도 완전 박멸이 되지 않았다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혹파리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주로 서식하며 파리목의 혹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송도에서 혹파리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2008년께 이후 약 15년 만이다.
혹파리 떼는 주로 날씨가 따뜻해지는 4~6월께 출몰한다. 인천에선 2021년에도 서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일부 세대에서 혹파리가 나왔고, 같은해 경기 김포와 화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 15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도시 A 아파트 한 입주자 집에서 나온 혹파리 사체. 연합뉴스국내에서 자주 발견되는 혹파리는 곰팡이나 버섯을 먹는 균식성으로 붙박이장 등 가구 내부에서 서식하다가 성충이 되면 가구 사이의 틈을 통해 외부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의 원재료 등에 처음부터 알 또는 유충, 번데기 상태로 머무르다가 때가 되면 부화하는 경우가 많다.
병을 옮기거나 흡혈을 하는 등 직접적인 해를 끼치진 않지만 4㎜ 내외로 크기가 매우 작아 음식물이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갈 수도 있다. 곤충 껍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해로울 수도 있다.
이 아파트 건설사는 하자 신청을 받고 전문 방역업체를 통해 순차적으로 방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건에 약품을 적셔 가구의 겉을 닦거나 연무기를 통해 소독하는 식이다.
하지만 혹파리가 나온다는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세대는 방역 이후에도 혹파리가 보인다며 가구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혹파리가 가구 내부에서 알을 깨고 외부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부 방역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많다.
국내 혹파리 연구 분야 전문가인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업연구관은 "국내에선 혹파리 발생이 붙박이장 등 가구와 관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나무 가공 과정에서 유충이 번데기나 성충이 될 때까지 안에 있다가 틈 사이로 빠져나와 불빛이 있는 쪽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조사에서도 비슷한 장소에서 발견됐으며 살충 성분이 가구 내부까지 침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원인을 제거하는 것 외엔 박멸이 쉽진 않다"고 조언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역 조치를 하는 상황"이라며 "방역과 함께 입주자 요청사항을 보면서 가구 교체가 필요한 경우 단계적으로 교체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