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국회사진취재단거액의 가상화폐(코인) 보유‧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이 줄곧 "투명하고 합법적인 거래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특히 미공개 정보 이용, 입법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김 의원 해명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최대 보유규모 60억 원어치 웃돌수도…초기 투자금 출처도 '물음표' 여전
당초 김 의원이 작년 1~2월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당시 가치 최고 60억원 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같은 해 2~3월 전량 인출됐다는 게 최초 불거진 의혹의 골자였다. 그러나 가상화폐 커뮤니티인 '변창호의 코인사관학교'는 자체 분석을 통해 김 의원의 위믹스 최대 보유 수량이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의원의 것으로 추정된 가상화폐 개인지갑 거래내역을 보면 작년 1~2월에 걸쳐 위믹스 코인 85만 5362개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업비트 개인지갑으로 이체됐다. 같은 해 1월 또 다른 클립 지갑으로 빗썸 지갑에서 위믹스 41만 7481개가 이체된 내역도 확인된다. 이에 더해 또 다른 가상화폐 지갑에선 2021년 10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2일까지 빗썸 지갑으로부터 위믹스 코인이 집중적으로 이체된 내역도 발견됐다. 중복 물량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같은 내역을 단순 합산하면 김 의원의 위믹스 최대 보유 수량이 한 때 약 137만 개에 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당시 가치로 따지면 100억 원어치가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김 의원은 전세자금 6억 원으로 산 LG디스플레이 주식을 2021년 1월 13일에 팔아 9억 8574만 원을 마련했으며 이를 업비트로 이체해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량 보유 논란이 불거진 위믹스 코인은 당시 빗썸에는 상장돼 있었지만 업비트엔 2022년 1월 11일에서야 상장됐다. 김 의원이 구체적인 거래 내역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위믹스를 언제, 어떻게 취득했고 보유‧처분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아울러 거액의 자금이 위험투자에 집중됐고, 김 의원이 유튜브 채널에선 2016년에도 약 8천만 원을 코인에 투자했다고 밝힌 만큼 투자금 출처를 보다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업계에서 나온다.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김남국 선 긋지만…"'잡코인' 거래 이상"
위믹스 취득 시점은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김 의원 것으로 추정된 지갑 내역상 처음 위믹스를 거래했다고 지목된 2021년 10월 1일 개당 1500원대(코인마켓캡 시세)였던 위믹스 가격은 그해 11월 22일 2만 89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해 업비트 상장 당일에는 5500~9450원에서 오르내렸다.
김 의원은 위믹스 뿐 아니라 다양한 코인을 거래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해당 클립 지갑 내역상 마브렉스(MBX) 코인이 작년 4월 21일부터 집중 유입된 내역도 발견됐다. 당시 개당 4만 1700원대였던 마브렉스 가격은 그해 5월 6일 빗썸 상장 당일 6만 4천원 대로 상승해 거래됐다. 4월 21일부터 5월 6일까지의 이 코인 유입분을 단순 합산했을 때 2만 5천개가 넘는다.
'김남국 코인 의혹' 빗썸·업비트 압수수색. 연합뉴스이런 흔적에 근거해 김 의원이 상장 정보 등 특정 코인 호재를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온다. 김 의원의 것이라며 특정 가상화폐 지갑들을 분석한 변창호씨는 1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래 타이밍을 보면 정보를 알고 매매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를 일축했다. 그는 전날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하려면 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한 핵심 관계자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만난 적도 없고 관련 회사의 말단 직원조차 만난 적이 없다"며 "그런 정보를 얻을 기회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위믹스 발행사인 위메이드와 마브렉스 발행사인 넷마블도 각각 입장을 내고 정보 제공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석연치 않은 지점이 더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갑 분석 결과 작년 2월 33억 원 어치의 위믹스가 클레이페이토큰(KP) 등 2가지 종류의 코인으로 교환돼 유동성공급자(LP) 투자가 이뤄진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클레이페이토큰은 비상장 코인인 만큼, 다른 코인과의 교환 등을 돕고 수수료를 받는 식의 투자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이런 대규모 '비주류 코인 투자'는 손실로 귀결돼 김 의원이 사기를 당했거나, '실패한 동업'을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가상자산 전문가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통화에서 "어떤 귀띔이 없었다면 이런 과감한 투자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동성 공급은 (거래가 어려운) 클레이페이토큰엔 호재였다"고 설명했다.
입법 로비 의혹까지…현금화 수익도 불확실
연합뉴스김 의원이 거래했다고 지목된 약 40종류의 코인 가운데에는 게임 관련 코인들이 적지 않다. 위믹스와 마브렉스도 P2E(플레이로 돈 벌기) 게임 코인이다. 게임에서 얻은 자원을 가상화폐로 교환이 가능한 식인데, 국내에선 P2E게임 영업이 불법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2021년 12월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정의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국 통과되진 않았지만 이 법안은 P2E게임 영업 합법화의 단초가 될 수 있었던 법안이라고 평가 받으며 그 배경에 입법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아울러 김 의원이 에어드롭 방식으로 코인을 일부 취득했다는 점도 더불어민주당 자체 조사 과정에서 파악돼 논란이 커졌다. 에어드롭이란 코인 거래소나 발행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코인 보유자에게 투자 비율 등에 따라 신규 코인을 무상으로 주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로비 의혹에 대해 "황당무계 그 자체"라고 선을 그었다. 에어드롭 논란에 대해서도 "가상화폐를 예치하고 일종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누구나 이용하는 서비스"라며 "이것을 마치 공짜코인을 받은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현금화 한 코인 수익이 어느 정도이고, 제대로 신고가 이뤄졌는지 역시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김 의원은 2022년 1~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전체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은 440만 원이었다며 "현재(8일 기준) 보유한 가상화폐 가치는 9억 1천여 만 원"이라고 밝혔지만 코인 투자금 수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은행에 이체해 전세금으로 쓴 것으로도 알려진 만큼 정확한 경위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이날까지 이틀째 가상화폐 거래소 압수수색을 통해 김 의원 거래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