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제공 권여선 신작 소설집 '각각의 계절'
작가 권여선이 2019년 '하늘 높이 아릅답게'로 김승옥문학상 수상한 이후 3년 만에 신작 소설집 '각각의 계절'을 출간했다.
1996년 등단해 일곱 번째 소설집으로 기록된 이번 소설집에서는 기억, 감정, 관계의 중심으로 파고들며 한 시절을, 한 인물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사슴벌레식 문답' 등 7편의 작품이 모였다.
소설집의 처음 '사슴벌레식 문답'은 오랫동안 외면해온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아련함과 서글픔을 그려냈다. 권여선이 오랫동안 천착했던 '기억'의 문제를 한 발짝 더 밀어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설집 제목 '각각의 계절'은 소설 '하늘 높이 아름답게'의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114쪽)라는 문장에서 따왔다. 일흔두 살에 병으로 죽은 '마리아'를 회상하는 성당 신도들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며 마리아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재구성한다.
신도들은 각자의 기억으로 마리아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만 그 시선에는 마리아를 자신들보다 아래에 놓는 은근한 배타성이 담겨있다. 그 과정을 통해 마리아는 성당 신도들이 퍼즐을 맞추듯 조각조각 이어붙여 완성된 것과는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기억의 편린들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가차없이 엄격한 눈, 이 눈으로 자기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데서 '고귀함'을 찾게 된다고 소설은 지적한다.
권여선 지음ㅣ문학동ㅣ276쪽ㅣ1만 5천 원
도화 제공 전미홍 연작소설 '누구십니까'
여섯 편의 연작 이야기를 모은 전미홍 작가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연작소설임에도 각각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나누어 읽어도 무리가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전적 요소와 함께 울분과 분노, 고통과 눈물의 수식이나 감정을 배제한 간결한 문체로 장애인(꼽추) 여인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진실하게 그려낸다.
가족이라는 복수의 화자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감정의 과잉이나 주관적 표현을 절제하고 현실의 객관성에 입각해 고단한 삶을 살아온 부모세대를 통해 삶의 굴곡을 들여다본다.
작가는 책에서 "다음 책은 아름다운 노인 이야기를 쓰겠노라 선언해버렸다. 그때 이미 부모님은 미지의 그 책 속에 안방을 차지하듯 깊숙이 들어와 앉았다"며 자전적 요소를 빌려왔지만, 슬픔에 침윤되지 않는다.
책 속의 화자들은 고통과 상처에 예민하지만 오히려 둔감하려 했기에 역설적으로 오랫동안 견뎌올 수 있었다. 작가는 부모 세대가 힘겨웠던 세상의 통로를 지나오며 곳곳에 난 생채기가 무의식이나 의식의 깊은 곳에 은폐되었다가 의식 밖으로 끄집어져 나올 때 더욱 커지는 아픔을 이 연작소설을 통해 그려낸다.
전미홍 지음ㅣ도화ㅣ210쪽ㅣ1만 3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