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제공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사회의 기본 작동원리를 규정하는 이 조문 '민주공화국'이 무엇인지 설명해보라고 할 때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역사 교수인 저자는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연법, 인민주권, 자유국가, 대의제 등 민주주의와 관련 있는 여러 생각들을 역사적 경로를 추적한다.
프랑스혁명과 유럽 지성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민주주의 역사를 단순히 야만의 과거에서 영광스러운 현재로 발전해온 과정으로 설명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과거인들의 오늘날의 잣대로 바라보는 방식을 배제하고 역사 속에서 맥락화해야 민주주의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스 민주정기의 철학자는 물론 근대 국민주권을 발명했다고 평가받는 계몽주의 사상들을 포함해 서구 지성사에서 민주주의는 거의 전적으로 배척되어 왔다고 논증한다.
저자는 민주주의(democracy)가 서양의 개념에서 '인민이 통치하는 제도'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국민이 주인인' 이 제도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통치에 참여하는' 체제를 뜻하는 말로 바뀔 때 주권과 통치가 구별되고 한층 실천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고 강조한다.
책은 민주공화국의 기원을 파고들며 당위론적 정치철학이나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역사적 방향성을 통해 생활문화와 정치적·경제적 현실이 결합하는 장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김민철 지음ㅣ창비ㅣ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