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 연합뉴스인천항 갑문에서 3년 전 발생한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 당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최준욱(56) 전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이 7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 "갑문 노동자 사망 당시 IPA가 공사 총괄·관리…사업주에 해당"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IPA에 벌금 1억원을, A(52)씨 등 갑문 수리공사 하도급업체 대표 2명에게 벌금 5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이 사고가 발생한 갑문 수리공사 시공을 총괄·관리하는 지위를 맡고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갑문 수리공사가 IPA의 핵심 사업중 하나인 데다 최 전 사장이 갑문 공사와 관련한 업무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았고,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건설현장 근로자 보호 조치에 대한 이행계획을 적시했다는 점 등에 비춰 IPA가 사실상 해당 공사를 총괄 지위했다는 것이다.
"발주 공공기관 책임 엄격히 물어야…하도급업체에 책임 떠넘겨"
그동안 최 전 사장 측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발주자와 일반적인 도급인은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없다"며 "IPA는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헌법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며 "도급을 주로 하는 공공기관은 사업주로서 책임을 엄격히 지워야 국민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사법 체계가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은 IPA의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안전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진 점을 인식했다"며 "이로 인해 11~12세 아이의 아버지인 피해자가 숨지는 중차대한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최 전 사장과 IPA는 인력이나 자산 규모가 열악한 하도급업체에 갑문 정비공사를 외주화한 뒤 책임을 모두 업체에 떠넘기고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 같은 갑질과 위험의 외주화가 수많은 근로자를 죽게 하는 구조를 야기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최 전 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최 전 사장은 2020년 6월 3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갑문에서 수리공사가 진행될 당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일 오전 8시 18분쯤 인천항 갑문 위에서 수리공사를 하던 B(사망 당시 46세)씨가 18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당시 갑문 수리공사는 IPA가 발주했고, A씨가 대표를 맡은 민간업체가 수주해 공사를 했다.
검찰은 발주처인 IPA가 사실상 원도급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최 전 사장 등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