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류영주 기자윤석열 정부에 의해 임기 만료 두 달 전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면직 처분의 집행을 멈춰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사건의 심문 기일이 12일 열렸다.
한상혁 전 위원장 측은 과거 직무배제됐다가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직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 사례를 직접 언급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한 전 위원장이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의 심문 기일을 열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소추되는 등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한 전 위원장을 면직했다. 한 전 위원장이 지난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것을 면직 처분의 근거로 든 것이다.
이에 반발한 한 전 위원장은 이달 1일 면직 처분의 집행을 멈추고, 처분 자체도 취소하라며 두 건의 소송(면직 처분 취소, 면직 처분 집행정지)을 낸 상황이다.
이날 열린 집행정지 신청사건 심문에서 한 전 위원장 측은 방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임기가 보장된 자리란 점을 언급하며 면직 처분의 집행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됐지만 곧장 집행정지 소송을 통해 직무로 복귀한 바 있다.
2020년 1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박종민 기자한 전 위원장 측은 "앞서 서울행정법원에서 집행정지 사건과 관련해 이렇게 판시했다"라며
"(당시) 재판부는 검찰총장 직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됐고,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법의 취지를 말하며 직무배제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판시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소송에서 "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임명되고 나면 임기를 보장했다"라며 "
직무배제가 지속될 경우 사실상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바, 그러한 결과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한 전 위원장 측도 "방송통신위원회법 상 독립된 행정기관의 장으로서 신분과 임기가 보장된 한 전 위원장을 위법하게 직무에서 배제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한 전 위원장은 약 4년 간 재임하면서 방통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노력을 다했다. 본안소송(면직 처분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그러면 한 전 위원장이 성실하게 방통위원장으로 근무한 것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심각한 손해의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의 법률대리인은 "한 전 위원장 개인의 손해는 넓게 봐도 명예와 금전적 보상 수준"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이외에 다른 개인적 손해가 발생하기 어렵다"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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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방통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돼 방통위 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아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직무 수행에 있어 법률을 위반한 방통위원장을 면직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신뢰와 공공 이익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됐다는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직 처분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심문을 진행한 재판부는 "이달 23일 전까지는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본안 소송인 '면직 처분 취소 소송'의 기일이 아직 잡히지 않은 가운데 이날 양측은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사유가 된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 여부를 두고도 충돌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 (한 전 위원장은) 점수가 변경됐다는 것은 2022년 6월 감사가 있었을 때서야 처음 알았다"라며 "(TV조선이 재승인 관련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서 한 전 위원장이 '미치겠다'라고 말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핵심 관계자는 '그런 기억이 없다'라고 진술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한 전 위원장이 그러한 보고를 전혀 몰랐다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며 "또 직원들이 한 전 위원장이 전혀 모르게 그런 일(점수 변경)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