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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무게 조율에 승객·화물 안전비행 달렸다

제주

    '이들' 무게 조율에 승객·화물 안전비행 달렸다

    편집자 주

    한 해 16만대 이상의 비행기가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섬인 제주로서는 뭍과 연결해주는 주요 통로이고, 제주도민들에게는 버스터미널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해 2500만명의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자 다양한 기관과 업체, 직종이 어우러진 백화점과 같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주국제공항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일을 하는 곳인지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를 연속 기획보도합니다. 스무번째 이야기, 항공기 승객과 화물량 적재적소 배치로 안전운송을 조율하는 '탑재관리사'를 소개합니다.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⑳] 탑재관리
    컴퓨터 시스템 통해 항공기 승객과 화물 무게중심 배분
    방송장비·악기 등 고가제품은 특수화물로 분류해 배치
    무게배분 안맞을 경우 예약좌석도 다른 좌석으로 이동
    항공기 무게 배분은 좌우보다 앞뒤가 더욱 중요
    탑재관리사, 무게 배분 수시 모니터링해 탑재 지시 내려

    무게중심 오류로 뒤쪽이 내려앉은 항공기. 항공위키 제공무게중심 오류로 뒤쪽이 내려앉은 항공기. 항공위키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내가 누군줄 알아?" 제주공항 항공보안검색 요지경
    ②"내 얼굴이 신분증?" 대통령도 예외없는 항공보안검색
    ③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④"항공기 사고 3분내 도착, 제주공항 소방구조대가 맡는다"
    ⑤제주공항 구조·화재·구급 해결사 '소방구조대' 입니다
    ⑥제주공항 화장실 추태…샤워에서 고기 손질까지
    ⑦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제주공항은 올해도 비상
    ⑧제주공항 활주로 1톤당 200만원 제설제 '초산칼륨'
    ⑨장난전화에 제주공항 마비…폭발물처리반 24시간 초긴장
    ⑩'항공기의 등대' 제주 하늘길 24시간 지킴이
    ⑪긴장의 1초 1초 제주공항 지휘자 '관제사'의 하루
    ⑫희귀직종 '관제사' 직업병·스트레스 넘어 항공 지휘
    ⑬제주공항 조류충돌 최근 3년간 57건…365일 새들과 전쟁
    ⑭급변풍경보만 1년 301회…변화무쌍 제주국제공항 날씨
    ⑮"제주공항 치안 붙들어매세요"…'103호' 제주국제공항경찰대
    ⑯항공소음피해 합리적 지원 찾아 제주공항 오늘도 현장속으로
    ⑰국내 유일 특화 세관, 제주 하늘·바닷길 국경 '꽁꽁'
    ⑱제주관광 민원 해결까지 '제주공항 종합관광안내센터'
    ⑲반려견 안전까지 고려하는 항공기 지상조업
    ⑳'이들' 무게 조율에 승객·화물 안전비행 달렸다
    (계속)

    * 항공기 중량관리를 통한 안전운항
    하늘을 나는 항공기는 한정된 공간에 승객과 화물을 수송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중량이 비용은 물론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기종마다 다르지만 승객과 화물을 앞뒤좌우 한쪽에 쏠리지 않게 적절히 배치하는 것 자체가 이륙에서 착륙까지 안전한 비행을 결정짓는 첫 단추이기도 합니다. 항공기에 싣는 승객과 화물, 연료 등이 최대 허용 이륙중량에 넘어서지 않도록 무게와 균형을 관리하는 일, 바로 오늘의 주인공 '탑재관리사'의 주요 업무입니다.
     
    * 쉴 틈 없는 탑재관리사의 하루
    탑재관리사는 수속 카운터 업무 뒤 전체 관리 업무에 대한 3~5년 경력이 쌓이면 지원 가능합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제주공항에서 근무하는 탑재관리사 2명이 하루 평균 40대 가량의 항공기를 담당합니다. 2명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모든 편을 담당한 뒤 다음날 탑재관리사에게 넘겨주는 식입니다. 출근을 하면 그날 운항 예정인 항공편의 승객과 승무원수, 항공기에 실리는 화물은 어떤 것인지 등 전체적인 사항을 확인합니다. 항공기 무게 중심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수속 카운터랑 소통하고요. 특별한 취급이 필요한 특수 수화물은 따로 탑재 지시를 내립니다. 최종 체크인 돼 있는 승객수와 수화물, 연료량 등 항공기에 실리는 모든 물품을 확인한 뒤 '로드 시트'라는 항공기 탑재 관리 마감 서류를 발행합니다. 램프 파트에서는 탑재관리사가 내린 지시에 따라 수화물을 싣고, 탑재가 완료되면 최종 수화물 분배 위치와 개수 등에 대한 정보를 탑재 관리사에게 다시 넘겨줍니다.
     
    항공기 화물 적재. 제주항공 제공항공기 화물 적재. 제주항공 제공
    * 컴퓨터 프로그램 통해 항공기 무게중심 맞춰요
    보잉737 기종을 예로 들면 승객은 최대 180명, 화물은 7만7000㎏을 실을 수 있습니다. 연료탱크에 담을 수 있는 최대량도 2만800㎏입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이같은 어마어마한 양을 앞뒤좌우 편중되지 않게 항공기 무게 중심을 맞추는 자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제주에어 웨이트 앤 발란스(JWAB)를 통해서인데요. 컴퓨터 시뮬레이션 JWAB은 객실과 4개의 파트로 나뉜 화물칸에 실리는 화물의 무게를 계산한 뒤 적정하게 배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혹시나 이 시스템이 에러가 발생할 경우에는 탑재관리사가 직접 계산한 뒤 배치합니다.

    * 파손 등 우려되는 특수화물은 항공기 앞쪽으로
    방송장비나 악기 등 특수 화물이 실릴 경우 일반 화물이랑 섞었다가 파손나면 승객이나 항공사나 곤란한 건 마찬가집니다. 항공기 화물칸은 앞쪽으로부터 1~4번 등 4개의 파트로 나뉘는데요. 보통 3번 화물칸에 넣는 일반 화물과 달리 고가의 장비나 대형 악기 등 특수 화물은 1번이나 2번 화물칸에 배정됩니다. 또 생선 등이 담긴 '아이스박스'의 경우 내부 물품이 쏟아져 기체 손상 우려 때문에 예민한 항공부품이 쏠려 있는 1~2번 대신 3번 화물칸에 싣습니다. 제주항공 지상조업사인 JAS 탑재관리사 이지현 주임은 "항공 수속에서 출항하기까지 항공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고, 무게 배분 등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탑재관리사라는 직업의 성취감은 매우 크다"며 "다만 여러 부서와 협업해야 하고, 최종 확인자라는 책임감 때문에 부담도 크다"고 밝혔습니다.
     
    항공기 화물칸에 실린 수화물들. 제주항공 제공항공기 화물칸에 실린 수화물들. 제주항공 제공
    * 안전운항을 위해 예약 좌석이 교체되기도 합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성인은 73㎏, 소아 37㎏, 유아 10㎏이라고 가정해 좌석을 배정합니다. 이보다 무겁기도, 가볍기도 하지만 기준선을 잡기 위해섭니다. 화물도 화물이지만 승객들의 배치도 항공기 중량관리에 중요한 몫입니다. 타고 내리는 데 편하다보니 승객들 대부분이 항공기 앞쪽에 앉기를 원하는데요. 하지만 앞쪽에만 모두 앉다보면 뒤쪽이 가벼워져 항공기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다보니 사전 구매좌석의 경우 보통 화물로 무게를 배분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항공사가 승객에게 다른 좌석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중량 배분을 이해 못하는 승객으로서는 좌석 교체가 난감한 상황이지만 항공기 무게 배분이 잘못돼 사고로 이어지는 다음 내용을 보면 이런 요청이 충분히 납득될 겁니다.
     
    * 화물로 무게중심을 잃은 항공기 결국 추락
    2013년 4월29일 아프가니스탄 파르완에서 이륙한 내셔널에어 화물기에는 장갑차와 지뢰제거차 등 5대의 전쟁물자가 실렸습니다. 무게만 73톤입니다. 문제는 내셔널에어에 장갑차 같은 특수화물을 고정하는 매뉴얼이 없어 다른 항공사 매뉴얼을 짜깁기해 장갑차를 싣는 데부터 시작됩니다. 이륙중 묶였던 장갑차 1대가 풀리면서 기수를 높이던 항공기 꼬리날개를 강타, 추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조종사와 화물적재 담당자 등 화물기 탑승객 7명 모두 사망했습니다. 2014년 5월 9일. 호주 국영항공사인 콴타스항공 탑승객 150명 중 초등학생 87명이 단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문제는 카운터 수속때 '성인'으로 잘못 기재돼 로드시트(항공기 탑재 관리 마감 서류)보다 실제로 3.5톤 가량의 중량 차이를 보이면서 항공기 기수가 들리고 후미가 주저앉는 티핑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항공기에 급유중인 유조차. 제주항공 제공항공기에 급유중인 유조차. 제주항공 제공
    * 수화물 실으며 당황스러웠던 순간도 적지 않아요
    제주와 방콕을 잇는 국제선에 관광기념품으로 인해 수화물이 평소보다 넘쳐났었는데요. 항공기 최대이륙중량을 넘어서기 직전까지 실려 하마터면 비행기 운항이 취소될 뻔하기도 했습니다. 또 수화물 특이사항을 확인해 탑재 지시를 내렸지만 실제 수화물을 싣는 과정에서 확인된 특이사항과 달라 마감서류를 급하게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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