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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몰이'로 "죽고 싶다"…건설노동자 절반 이상 '고위험 스트레스'

사건/사고

    '건폭몰이'로 "죽고 싶다"…건설노동자 절반 이상 '고위험 스트레스'

    건설노조 '건설노동자 심리적 위기 긴금점검' 실시…절반 이상 '고위험 스트레스군'
    '우울하다'는 응답 45.1%…10명 중 3명, "죽고싶다는 생각"까지
    "정부 노조탄압 중단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진행해야"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023년 6월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조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금점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형욱 기자전국건설노동조합이 2023년 6월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조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금점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형욱 기자
    경찰의 이른바 '건폭몰이' 수사로 조사 받은 건설노동자들이 2명 중 1명 꼴로 '고위험 스트레스군'에 속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심지어 이들 중 약 30%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할 정도로 극심한 심리적 고통에 시달렸고, 대다수가 육체적으로도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조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금점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설노조는 심리치유 전문단체인 두리공감과 함께 이른바 '건폭 수사'로 경찰·검찰·법원 등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조합원 102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해왔다.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는 설문에 응답한 295명의 답변을 분석한 중간 집계 결과다.

    조사는 △성별·나이·건설노조 활동경력 등 기초항목 △사회심리스트레스·우울·불만 등 마음건강 △자살생각 △수면시간 변화·수면의 질 변화 등 일반건강 △호소증상 등 5개 항목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건폭 수사'로 검경 등에 출석한 조합원들의 평균 나이대는 약 52세로, 평균 9.76년 간 건설노조에서 활동했다.

    일반인의 정신건강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인 '사회심리 스트레스' 점수는 평균 28.23점으로 나타났고,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인 55.3%가 '고위험 스트레스군'으로 분류됐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인 '고위험 스트레스군'에 속한 상태가 길어지면 신경증·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고위험 스트레스군으로 악화될 수 있는 '잠재적 스트레스군'도 41%로 집계돼 검경의 조사를 받았던 건설노동자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경찰 소환조사 건설노조원 심리적 위기 긴급조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경찰 소환조사 건설노조원 심리적 위기 긴급조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조사 대상 중 '심한 우울'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은 15.9%, '중간 정도의 우울'을 겪는 노동자들은 29.2%로 나타나 총 45.1%의 조사 대상이 '우울하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최근 2주 동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거나 자해할 생각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거의 매일한다'고 응답한 대상이 5.4%, '2주 중 7~12일 정도 한다'고 응답한 대상이 6.1%, '2주 중 2~6일 정도 한다'고 답한 대상이 19.3%에 달해 응답자 중 30%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정부의 '건폭 몰이' 이후 대부분의 조사 대상들이 육체적 건강에도 위협을 겪고 있었다.

    '공안탄압 이후 수면시간 및 수면의 질 변화' 항목에 대해서 전체 응답자 중 80%가 수면시간이 변화했다고 답했으며, 수면의 질이 변화했다고 응답한 대상도 78.3%에 달했다.

    또 조사 대상 중 83명이 두통(편두통)을 겪고 있었고, 가슴 두근거림을 겪는 응답자도 76명으로 나타났다. 대인기피증이 생겼다는 응답도 47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상담이나 병원 진료를 진행한 응답자는 많지 않았다.

    조사 대상 중 '심리상담 또는 마음건강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3%에 달했지만, 95.6%(282명)는 '심리상담 또는 병원진료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지난달 분신해 숨진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 씨에 대한 범시민 추모제 개최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건설노조 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지난달 분신해 숨진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 씨에 대한 범시민 추모제 개최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건설노조 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건폭 수사'를 경험한 건설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형틀 목수로 일하는 A씨는 "조사 전에 2주 간의 시간이 악몽 같았다. 문제 없이 살아왔고 노조 활동을 하면 왜 조사를 받고 탄압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억울했다"며 "처음 조사받을 때는 범죄자 취급을 받고, 두 번째 조사를 받을 때는 답답하고 잠도 못 자고, 자다가도 깨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있었다"고 호소했다.

    두리공감 장경희 상임활동가는 "조합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쫓겨나는 물리적 피해 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로 확한하고 있음을 주목했다"며 이번 조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장 활동가는 "이러한 심리적 위기는 분명한 원인이 있고, 원인을 찾아들어가다보면 국가폭력이 있다"며 "국가폭력이 중단되어야 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이들이 더 이상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게 심리적 어려움을 치유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에는 양회동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양회동열사 공동행동)도 기자회견을 열고, "각계각층 시민과 함께 오는 17일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양회동 열사 범시민 추모제'를 진행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양회동 열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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