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 체제와 당정관계에선 간만에 안정을 찾아왔다는 평가도 있지만, 초반부터 지도부 인사가 설화(舌禍) 논란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더해 정책, 당내 개혁 등에서 '김기현 표' 의제가 제시되지 못하거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공략에선 김 대표가 역할을 해낼지 이목이 쏠린다.
'윤심' 논란 속 출범…최고위원 설화로 암초, 리더십 논란으로 비화
김 대표 체제 초반의 가장 큰 암초로는 단연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설화 논란이 꼽힌다.
3월초 지도부 출범 이후 두 달여 만에 김 최고위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헌법 수록 반대나 '전광훈 우파 통일설', 태 최고위원이 '대통령실 관련 발언 녹취 논란'으로 나란히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공백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태 전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은 보궐선거를 치러야 했고,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지 않아 빈자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지적으로도 이어졌다. 일찌감치 대통령실의 직‧간접적 지지로 '윤심(尹心)'을 등에 업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선출됐던 만큼, 김 대표의 리더십이 힘을 받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최근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론이 불거지기도 했던 같은 당 이용호 의원이 "주요 결정은 당내 '5인회'가 한다"는 얘기로 파장을 불러온 것도 이와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5인회는 실체가 없다"는 게 이 의원과 당 지도부의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를 앞서는 비공식 조직이 따로 있다는 의구심은 '윤심' 논란과 같은 비선의 냄새를 풍긴다.
당내 한 관계자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사무총장‧부총장, 정책위의장 등이 함께 하는 오전 회의가 최고위 회의보다 자주, 앞서 이뤄지면서 사실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사실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게 없는 현안 보고"라면서도 "현재 최고위에 하도 무게가 실리지 않다 보니 당 대표 주재 회의, 원내대표 주재 회의가 주목을 받고, 누가 어디에 참석하는지가 관심을 끌었던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기현이 안 보인다…의제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김기현 표' 의제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김 대표는 '민생119'를 비롯한 각종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여러 현장에 직접 나서기도 했지만, 체감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김기현 체제에 정작 김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100일 정도면 정책적 제안이든, 당내 개혁이든 '국민의힘', '김기현' 하면 생각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실의 드라이브가 워낙 강한 탓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도 지도부가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내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력한 집단도 국민의힘이고, 가장 한가한 집단도 국민의힘이란다"라며 "명색이 집권여당인데 무엇 하나 끌어낸 어젠다가 있던가. 만들어 낸 뉴스거리라곤 김재원과 태영호만 있지 않았던가"라며 작심 발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지도부‧당정관계 안정화는 성과"…총선까지 역할은?
지도부 내부나 당정관계가 별다른 잡음 없이 안정적인 토대를 다져가고 있다는 점은 김 대표의 성과로 꼽힌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이같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가 다수다.
당내 또 다른 중진 의원은 "그래도 70점은 줄 수 있지 않겠나. 당 내부,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조만간 당이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당무감사를 통해 인적 쇄신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체계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토론과 공청회를 통해 본격적인 정책 개발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 승패를 가를 중도층 유인에 김 대표가 어떤 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는 의문은 제기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냉정하게 봤을 때, 중도층에 대한 김 대표의 소구력에 회의적"이라며 "공천을 앞두고 인재 영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중도층이 우리 당과 관련해 관심을 가질 만한 뚜렷한 사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김 최고위원 거취 문제 등으로 김 대표와 여러 차례 각을 세웠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선대위라도 빨리 구성하시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선거도 막판 막가파 공천으로 무책임한 선거를 치를 것인지 요즘 당 지도부 하는 걸 보니 참 걱정"이라며 "새 정부의 미래란 큰 화두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나서서 매일 같이 갑론을박하는 지루한 논쟁은 진영논리에 갇힌 대한민국의 현재의 상태에선 무익한 논쟁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비전 발표회를 열고 '국회의원 정수 30명 감축' 등 정치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