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 황진환 기자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피고인들로부터 불법적인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이 검찰의 불법 면담 조사 직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적법한 절차로 면담이 이뤄졌고 관련 보고서도 법정에 제출됐다고 반박했다.
정진상 전 실장 측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오로지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뿐"이라며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협조한 2022년 9월 16일 이후에도 유 진술이 계속 변경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이 없는데도 따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정 전 실장 측은 이날 검찰이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사흘간 피의자신문조서도 남기지 않은 채 유 전 본부장과 불법 면담 조사했고, 그 이후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크게 바뀌었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은 2022년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면담 조사를 장시간 진행했다"라며 사흘간 23시간의 불법 면담 조사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실질적인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검찰 수사관 참여 없이 조사한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며 "또 유 전 본부장이 조사실이 아닌 검사 집무실에서 항상 조사를 받았고, 검찰 수사관은 밖에 있었다고 증언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전 실장 측은 이러한 불법 면담 조사 직후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바뀌었다며 검찰이 적절한 답을 알려주는 등 진술을 유도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과 검사의 질문과 답변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 이건태 변호사(오른쪽)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증인신문 및 사건 병합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4~6월경 5000만 원을 정 전 실장의 A아파트 5층에 계단으로 올라가서 줬다고 진술했는데, 이후 검사가 A아파트는 계단식이 아니라 복도식이라고 알려줬고 2016년부터 정 전 실장이 거주한 B아파트도 5층이라고 알려줬다"라며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4~6월경 5000만 원을 준 장소를 A아파트 5층에서 1층 앞으로 진술을 변경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 5층까지 걸어 올라가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을 해명하기 위해 2019년 여름에 B아파트 5층까지 올라가 3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새롭게 말을 만들어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정 전 실장 측은 불법 면담조사 직후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정 전 실장이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요구했다', '비닐봉지에 넣어줬다→ 쇼핑백에 넣어줬다' 등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전 실장 측은 "2014년 4~6월의 5000만 원과 2019년 여름 3000만 원은 5년 5개월 후라 (시간적으로) 혼동할 수 없다"라며 "면담 조사 내용은 피의자신문조서로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이 어떤 진술 과정을 통해서 최종 진술에 이르게 됐는지를 알 수 없고, 그 진술의 임의성,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주장한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 측은 2013년 설과 추석에 정 전 실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각각 1000만 원씩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이어 2013년 4월에 1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받은 1억 원은 정 전 실장에게 준 것이 아니라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전 실장 측은 자신들의 재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배임 재판과 병합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존 재판에서 자신들이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변경 등을 지적하며 진술 신빙성 문제를 제기했는데 재판부가 바뀌면서 이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전 실장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신문이 이뤄져 재판부가 상당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했다"라며 "그런데 형사합의 33부로 사건이 이송됨에 따라 형사합의23부에서 얻어진 재판부 심증이 백지로 돌아가게 됐고, 처음부터 다시 심증형성을 해야 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류영주 기자이에 대해 검찰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면담은 수사관 입회하에 변호인조력권,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한 상태에서 적법하게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면담 내용은 모두 보고서로 정리돼 있으며, 당사자가 작성한 수사과정확인서도 첨부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법정에서 이 같은 면담 과정이 기재된 보고서를 모두 제출했음에도 변호인은 아무런 근거 없이 위 면담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유씨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관계 및 참고인의 진술 등과 일치하고 위 증거들은 모두 법정에서 현출돼 심리를 거쳤다"며 "향후 재판에서 유씨 진술의 신빙성을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인을 향해 "법정 밖이 아닌 법정 내에서 증거와 법리에 맞게 합리적인 주장을 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