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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기대는 '최저임금' 앞장서서 힘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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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기대는 '최저임금' 앞장서서 힘빼는 정부

    편집자 주

    당장이라도 올 것 같던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이제야 코앞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한치라도 나아졌을까. 노동자들의 소득안전망은 한뼘이라도 뿌리를 펼쳤을까. CBS노컷뉴스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한 일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그들의 삶을 흔드는 위협들을 찾아살핀다.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 세상을 찾으며

    야근하고 주말 출근해도 최저임금조차 '그림의 떡'
    부족한 노동부 근로감독…임금 떼인 노동자 '또' 울린다
    '최저임금 체불' 대부분 약식처분·벌금형 그쳐…"재판부, 노동사건 관점 바꿔야"
    '최저임금 체불' 해결하려면?…"단속·처벌 강화하고 제도 개선도 필요"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5년 전 가계부 비교해보니…'벼랑 끝' 최저임금 노동자
    ②최저시급 올라도 내 월급 그대로 '숨은 방정식'
    ③그나마 기대는 '최저임금' 앞장서서 힘빼는 정부
    (계속)

    해마다 70여만 노동자들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해 '임금 체불'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와 사법부는 이를 단속하기는커녕 단속과 처벌에 손을 놓아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

    단속에 손을 놓은 고용노동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검찰과 법원이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공범이라는 지적이다.

    야근하고 주말 출근해도 최저임금조차 '그림의 떡'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이조차도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2021년부터 1년 6개월 간 대구광역시 한 미용실에서 일한 미용실 스탭 신지연(가명, 24)씨는 미용실 원장 A씨에게 월급과 퇴직금 등 임금 1800여만 원을 받지 못했다.

    신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0시간씩, 주 6일 근무하며 A씨의 미용 시술을 보조했다. 손님이 없을 때는 '청소라도 하라'는 A씨의 지시를 받아 잠깐 의자에 앉아있는 일도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신씨가 손에 쥔 월급은 단돈 110만 원. A씨는 교육비 명목으로 70만 원을 떼어갔지만, 정작 '교육'은 일주일 중 하루 뿐이었다.

    신씨는 "주 6일 동안 10시간을 일하면 당시에도 한 달에 최저임금으로 220만 원은 받을 수 있었다"며 "그런데 돈은커녕, 정작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참다 못한 신씨는 A씨를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노동청을 상대로 자신이 '놀지 않고 일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았다. A씨가 사업주 조사 과정에서 "신씨가 출근해 일하지 않고 놀기만 했다", "자기 마음대로 출퇴근 시간을 정했다"며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노동청은 지난해 9월 최저임금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법원은 지난 5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25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고, 신씨는 다가올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부족한 노동부 근로감독…임금 떼인 노동자 '또' 울린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신씨처럼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2021년 74만 3천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정작 정부의 단속은 유명무실하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 3년(2020~2022년) 간 사업장 근로감독(정기·수시·특별감독)을 실시해 총 8209건의 최저임금 위반 사건을 조치했는데, 이중 8191건(99.78%)은 시정조치에 그쳤고, 사법처리는 단 12건(0.001%)에 불과했다.

    근로감독 결과와 비교하면, 노동자가 직접 신고한 최저임금 위반 사건 중 사법처리된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노동자의 신고를 받아 노동부가 지난 3년 간 처리한 최저임금법 위반 사건 7131건 중 3665건(51.39%)이 행정종결(권리구제·위반없음·불출석·이송 등) 됐고, 2752건(38.59%)가 기소·일부기소 등으로 사법처리됐다.

    강 의원은 "근로감독관을 늘리고 법 위반 사업장을 열심히 적발하더라도 사법처리로 이어지지 않아 처벌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함으로써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최저임금법의 입법 취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사건 처리결과. <고용노동부>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사건 처리결과.   <고용노동부>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 근로감독 결과. <고용노동부>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 근로감독 결과.

    '최저임금 체불' 대부분 약식처분·벌금형 그쳐…"재판부, 노동사건 관점 바꿔야"


    그나마 노동부가 고의·상습 체불 등 혐의가 명백한 사건만 검찰과 법원에 넘겼다고 보더라도, 이후에도 사업주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CBS노컷뉴스가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은 '2020~2023년 최저임금법 위반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총 1060건의 사건 중에서 검찰이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한 건수는 25건(0.023%)에 그쳤다. 심지어 올해는 검찰이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열린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검찰은 접수된 최저임금법 위반 사건 대부분을 불기소하거나 약식재판을 청구했다. 전체 접수 사건 중 불기소 처분은 539건(50.84%), 구약식 처분은 377건(35.56%)으로 집계됐다.

    취재진이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를 통해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 사건 하급심 판결문 258건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법원도 '솜방망이 처벌'에 앞장서고 있었다. 법원은 관련 혐의를 받은 사업주에 대해 징역형을 16건 선고했다. 나머지는 벌금형이 196건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24건), 선고유예(21건), 공소 기각(1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 신하나 변호사는 "최저임금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활과 생계의 문제로 접근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기나 배임 횡령 등 민사 사건에 가까운 형사 사건들도 형량이 낮게 나오지만 임금 체불은 (그런 범죄들과) 별개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기나 배임, 횡령 등과 차원이 다른 문제이지만 (재판부가) 노동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 최저임금법 위반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대검찰청> 최저임금법 위반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

    '최저임금 체불' 해결하려면?…"단속·처벌 강화하고 제도 개선도 필요"


    전문가들은 부족한 정부의 단속과 처벌로 최저임금 체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사업주들이 최저임금법을 준수할 유인이 줄어들다보니 최저임금 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근로감독의 경우 5~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위반이 많이 나오지만, 신고사건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최저임금 관련 근로감독 자체를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20~2021년의 경우 코로나를 이유로 전체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이 확 줄었다"며 "이렇다보니 근로감독을 통한 적발 사업장은 확 줄었지만, 신고 사건은 전년과 큰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최저임금 체불로) 패널티가 없으니까 사업주가 인건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임대료를 당장 안 내면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려버리거나 나가라고 말하고, 프랜차이즈 업주들은 본사에 로열티를 무조건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주 입장에서 인건비는 아무리 밀려도 이자를 내지 않고 원금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체불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사업주들이 법을 지키게 해서 전체 체불 사건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간 다음에 악질적인 사건들을 추려내 처벌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저임금법 위반 사건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당장 임금 미지급분을 충당받으려고 사업주와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하 노무사는 "최저임금 체불 사건인 경우에는 임금 대지급 제도를 간소화해서 사업주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임금을 대지급하고 나중에 상환할 부분을 반환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노동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최저임금 체불이 확인되면 무조건 기소하겠다는 최저임금법에 취지에 맞도록 최저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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