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지난 12년간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꼽히는 '사무장병원' 개설에 참여한 인원이 2500여 명에 달하는 가운데
10명 중 4명은 의사 또는 약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의료시스템을 잘 아는 특성상 보건의료인의 '중복가담' 비율이 높았다. 사무장으로 가담한 비의료인이 최대 30여 곳에 관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의사 면허를 대여한 사무장병원 등의 불법개설에 가담한 인원은 총 2564명으로 집계됐다. 수사를 통해 기소된 관련자들의 공소장·판결문 등에서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 등에 명의를 빌려주거나 실제 운영한 사무장, 공모자, 방조자 등으로 적발된 이들을 추려낸 결과다.
가담자 중 자연인은 87.9%에 해당하는 2255명이었고, 법인은 12.1%(309곳) 정도였다. 대부분은 의료기관 불법개설 가담자(87.4%·2240명)였고, 면대약국에는 12.9%(331명)가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사무장 역할을 한 7명은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에 모두 발을 들이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자연인 가담자를 직종별로 나눠보면, 전체 2255명 중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절반(49.7%·1121명)을 차지했다.
의사(33.2%·748명)와 약사(8.8%·198명)가 뒤를 이었는데, 총 42%(946명)에 이르는 비중이다. 기타 보건의료인이 7.9%(178명), 간호사 0.4%(10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총 3489개의 불법기관 개설에 가담했는데, 1인당 평균 1.5곳 꼴이다. 의사와 약사는 주로 '명의대여자'로 이름을 올렸고, 다른 보건의료 직역(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방사선사 등)이나 일반인은 사무장으로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담 유형은 사무장 가담자가 과반(61.7%·2153명)이었고, 명의 대여자 28.0%(987명), 공모자 9.5%(330명), 방조자 0.8%(28명) 등이다.
비의료인이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차리고 의사 등을 '바지사장'으로 고용해 건보 급여를 빼먹는 사무장병원은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급속히 늘고 있다.
가담자 약 30%는 단건에 그치지 않고 여러 기관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불법개설에 관여한 공범 중 29.4%(2564명 중 755명)는 최소 '2곳 이상'에 가담했다. 이 가운데 자연인에 해당하는 개인은 27.8%(2255명 중 628명)가 1862곳(평균 2.96곳), 법인의 경우 41.1%(309곳 중 127곳)가 541곳(평균 4.26곳)에 각각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인은 31곳, 법인은 32곳이 '최다 중복가담'으로 집계됐다. 수사당국이 동시다발적 개설을 한 번에 적발해낸 동일 사건이다.
한 사단법인의 사무국장이었던 A씨는 요양병원 1곳, 의원 27곳, 한의원 3곳에 사무장으로 가담했다. 그가 근무한 B법인은 32곳에 명의를 빌려줬다. 지난 2009년 A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최종 선고받았고, 법인은 벌금형 2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환수결정액은 101억 700만 원 가량이다.
사무장병원 2곳 이상에 가담한 비율은 보건의료 인력이 44.1%(188명 중 83명)로 가장 높았고,
△일반인 38.9%(1121명 중 436명) △의사 11.6%(748명 중 87명) △약사 5.6%(198명 중 11명) 등의 순이다.
공단 측은 "사무장으로 가담하는 보건의료 인력의 재가담률이 높은 이유는 의료기관의 운영 시스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연인 가담자의 연령대는 50대가 32.7%(2255명 중 737명)로 최다였고, 40대 26.4%(596명), 70대 이상 15%(339명), 60대 14.9%(335명), 30대 10.6%(240명) 등으로 집계됐다. 기관 종별로 의료기관은 50대(33.6%·648명) 가담자가 다수인 반면 약국은 70대 이상(37.5%·124명)이 가장 많았다.
이같은 데이터를 종합하면,
40~50대의 사무장이 고령으로 인해 건강상 문제가 있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70대 이상의 의사 또는 약사를 고용해 불법기관을 개설·운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게 공단의 판단이다.
건보공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