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글 싣는 순서 |
①주택 공급 줄고 가구수 늘고…2025년 집값 변곡점될까 ②2025년 집값 향방은? 전문가 10인에게 묻다 ③인구 줄어도 서울 집중 심화…"신도시 그만 지어야" (계속) |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은퇴에 따라 주택수요가 줄고 이로 인해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맨큐-와일(Mankiw-Weil, 1989)-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2020년부터 본격화되면서 이런 변화가 자산시장,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89년 맨큐와 와일이 제기한 '자산가격붕괴가설' 이후 인구감소가 주택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을 전후해서는 인구감소가 주택수요 감소 및 가격급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득세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간 국내 주택시장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인구수 감소는 주택수요를 감소시키지만 가구수의 증가는 주택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0년부터 국내 총인구는 줄었지만 집값은 지난해 미국발 기준금리 급등 전까지는 가파르게 올랐다.
반면 가구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40년 이후에는 가구수 감소와 초고령화가 맞물리며 자산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공급 확대 일변도인 주택 공급 정책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인구 감소 버텼던 부동산 시장, '더 쎈 놈'이 온다
22일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총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구수는 계속 증가한다. 국내 가구수는 2039년 2387만 가구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하락폭이 완만하지만 점점 가구수 감소폭이 커질 전망이다. 가구수는 2050년 2285만가구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민 기자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대구는 2028년, 서울은 2029년을 정점으로 가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인천은 2042년, 경기는 2044년 이후 가구수가 준다. 2050년에는 세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시도에서 가구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가구원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에도 1인 가구가 31.2%(648만 가구)로 가장 많지만, 부부+자녀가구(29.3%, 608만 가구)와 부부가구(16.8%, 348만 가구) 등 2인 이상 가구가 1인 가구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2050년에는 1인가구가 39.6%(905만 가구)를 차지하며 부부가구(23.3%, 534만 가구)와 부부+자녀가구(17.1%, 391만 가구)를 육박할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 주된 가구형태가 되는 1인 가구가 부동산 시장의 주된 상품인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구매할 수요자가 될 수 있느냐다.
통계청이 보여주는 '1인 가구로 가득한 미래'를 통해 가늠해보면 그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2005년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 29세 이하 1인가구 비중은 22.8%였다. 2050년 1인 가구 비중은 39.6%로 늘어나는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2.9%는 70세 이상 인구다. 경제 활동이 끝났을 가능성이 높은 노인 인구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연합뉴스현재시점을 기준으로 한 1인 가구의 소득과 자산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2021년 기준 1인가구의 연간소득은 2691만원으로 전체 가구(6414만원)의 42.0% 수준이었다. 평균자산은 전체가구(5억4772억원)의 38.5% 수준인 2억1108만원으로 집계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주택을 가격순으로 나열하고 그 중 정중앙에 있는 가격) 전국 3억6500만원, 서울 9억5333만원이었다. 부채를 포함한 1인 가구의 평균 자산으로는 전국 중간 수준의 아파트를 매입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것.
이런 이유에서인지 2021년 기준 1인가구의 주거유형은 단독주택(42.2%)이 가장 많았고, 아파트(33.1%), 연립.다세대(11.5%)가 뒤를 이었다. 주거 점유형태도 2020년 기준 월세(42.3%)가 가장 많았고, 자가(34.3%)와 전세(17.5%)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직주근접, 고령층 의료 등 인프라"…"인구 더 줄어도 서울 집중"
전문가들은 인구에 이어 가구까지 감소세에 접어들면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서울 등 수도권은 계속 인구가 집중되고 있고 서울은 주민등록상 인구는 줄더라도 생활인구가 늘고 있다"며 "서울을 생활권으로 둔 사람들 중 일부는 서울에 대한 대기수요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인구는 2018년 3월 서울시와 KT가 함께 인구 추계를 한 새로운 인구 모델이다. 조사 시점에 개인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집계된 서울의 '현주 인구' 데이터다. 서울에 거주하는 인구는 물론 출퇴근과 관광, 의료, 등하교 등의 목적으로 서울을 찾는 인구를 모두를 포함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6월 17일 기준 서울의 일일평균 생활인구는 1002만6천명으로 2021년 10월 기준 주민등록인구인 975만5천명보다 많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서울 외 지역 인구를 128만8천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고 원장은 이어 "청년층과 중장년층은 교육과 직주근접 등을 이유로 서울을 선호하고 고령층 역시 은퇴 후 잠시 도심을 벗어나더라도 초고령층으로 가면서 의료와 문화 및 생활 인프라 접근성이 뛰어난 서울 등 도심으로 다시 회귀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서울의 가구수는 2029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주민등록상의 인구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도시연구자 입장에서 서울은 향후 15~20년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인구 △소득 △인프라(교육.교통.산업.상업) 성장지표 등이 도시성장을 가늠하는 지표인데 서울은 인구와 소득이 저성장에 접어들더라도 교통과 산업 등 다른 지표들이 서울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서울보다 20년 앞서있는 도시로 꼽히는 미국 뉴욕과 10~15년 앞선것으로 평가받는 일본 도쿄 등을 감안하면 국가 전체 성장과 별개로 서울은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고 원장의 설명이다.
"인구 유출 예상 지역, 공급 줄여야…도심은 고밀개발로 전환"
광화문 도심을 지나는 시민들. 연합뉴스부동산 시장 전문가 다수도 인구 및 가구 감소와 별개로 서울 등 수도권에 대한 인구 집중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도권 외곽, 특히 지방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균형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김규정 소장은 "최근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세대수는 증가구간에 있어서 당분간 주택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가구까지 감소기로 접어들 경우 대기수요가 제한적이거나 도시개발 계획이 부재한 곳은 공동화가 좀 더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급속한 인구 유출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대한 주택 공급을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고, 근본적으로는 지방 광역도심을 중심으로 기업 유인 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급정책과 관련해서는 도심과 접근성이 우수한 외곽 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골자로 하는 공급정책 방향을 도심 고밀개발 및 정비사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다.
미국 IAU대 부동산학과 심형석 교수(우대빵연구소장)는 "수요가 있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도심과 역세권 중심의 복합개발이 필요하고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신도시 추가 개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교외의 단독주택에서 도심의 아파트(주상복합, 일본식 타워맨션 등)로 수요가 이전하고 있고 특히 MZ세대들은 외곽 주택보다 도심의 주상복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추가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외곽 개발보다 도심의 용적률을 올려 더 많은 주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건설은 물론 향후 인프라 유지 및 보수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지역에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보다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포함한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이 효율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해외사례를 감안하면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심화될수록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도 기존에 구축된 지하철 등 교통망이나 주요시설 등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심 고밀개발이나 컴팩트시티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주택공급 정책방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지하철 등 주요 인프라는 이용 기간을 감안하면 구축은 물론 유지 및 운영, 보수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며 "신도시 건설에 교통망 확충이 한 쌍으로 나오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가 국내 주택수요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신규 신도시 공급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WM사업부 우병탁 부동산팀장은 "향후 지역별 차별화와 양극화가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방 등 외곽지역에 정책적인 배려를 하면서도 서울 등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고밀개발로 양질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장기적인 주택공급 방향이 마련돼야 중장기적으로 공급과 수급의 미스매치를 통한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