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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있었어요' 죽어야 사는 유령아동…출산통보제로 지켜낼 수 있나

보건/의료

    '나는 살아있었어요' 죽어야 사는 유령아동…출산통보제로 지켜낼 수 있나

    감사 후 부랴부랴 전수 조사 나선 보건복지부 "임시 신생아 번호만 존재하는 2236명 전부 조사"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도입도 추진…"임시 신생아 번호만으로 아동 파악할 근거 현재로선 없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아동 보호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겨" 반대…신고 누락 시 처벌 규정도 없어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 냉장고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두 아이에게는 이름이 없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미등록 영아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짧은 생을 마감했다.

    죽어서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이같은 유령 아동에 대해 정부가 뒤늦게 전수 조사에 나섰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지난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질병관리청·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신생아는 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 시 7자리 임시 신생아 번호를 받는다. 임시 신생아 번호를 질병관리청이 관리하고 있어 그간 정부의 '감시망'을 벗어났다는 게 복지부의 해명이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앞서 감사원은 감사원법 27조와 30조에 근거해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된 아동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조사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2236명을 찾아냈다.

    감사원은 이 중 위험도가 높은 1%인 23명을 조사했고, 이 중 수원 아파트 냉장고 영아 살해 사례가 발견됐다. 복지부가 본격 전수 조사에 나설 경우 유사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실제 해당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인근 화성시 등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미등록 아기가 추가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출생 미등록 아동 관련 학대·살해 사건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생후 100일도 안 돼 방치된 채 숨진 아이를 비롯해 2년 전 전국을 떠들석하게 한 구미 3세 여아, 인천 8세 여아 사망 사건, 여수 남매 사건 등 출생 미신고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동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생신고를 마친 아이들만 조사해 오다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위기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출생통보제 법제화와 함께 어머니의 인적사항을 입수해 추적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친모의 인적사항을 수집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尹 정부, 출생통보제 아동정책에 포함…"민간에 아동 보호 의무 떠넘겨" 의료계 '부정적'

    연합뉴스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3월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올해 4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아동정책에 의료기관이 지자체에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출생통보제는 일부 행정 부담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의료계와 일부 단체 등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법 도입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의료계는 아동 보호 의무를 민간 의료기관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4월 성명을 내고 "아동 보호를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기는 행태가 기가 막히고 국가의 능력이 의심스럽다"고 정부의 출생통보제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 계류중인 출생통보제에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출생을 통보할 의무는 있지만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할 규정은 별도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생 미등록 아동들에 대한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 출생통보제를 반대하는 논리도 힘을 잃을 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에브리마덜앤차일드 김도경 대표는 "출생신고가 됐더라면 예방접종 기록이나 어린이집 입소 등을 기준으로 관리 보호됐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 또 벌어졌다"며 "몰래 출산이 얼마나 위험한지 꾸준히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출생 자동 통보로 입양이 원활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단체도 있지만 이는 2015년 법개정으로 미혼모는 증명서에 아이 기록이 없도록 발급이 가능해져 문제가 될 게 없다"며 "무작정 반대하기 보단 아이들의 입장을 우선시해 모든 아이들을 시스템 안에 둘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배근 회장도 "아이에게는 태어날 권리가 있고 출산 후 신고를 의무화하고 관련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라며 "법제도(출생통보제)를 도입함으로써 걱정되는 행정적인 부담 문제나 병원 외 출산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행정·재정적 지원이나 산모 관리 체계 신설 등 보완책으로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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