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연합뉴스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벨라루스의 독재자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 반란 사태 와중에 양측 사이에 다리를 놓음으로써 '가장 의외의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푸틴의 꼭두각시'로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빈약한 독재자였지만 중재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외교무대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NYT는 루카셴코가 이번 사태를 기회로 '믿을 수 있는 중재자'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관영 언론들은 루카셴코 대롱령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절대적으로 유익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을 제시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벨라루스 외교관 출신으로 유럽외교협회(ECFR)에서 활동하는 파벨 슬루킨 연구원은 NYT에 "푸틴은 자신의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줬고 프리고진의 공격은 매우 대담했지만 패배자처럼 보였다"면서 "오직 루카셴코 대통령만이 협상이 가능한 중재자로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승점을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 중재가 장기적으로는 벨라루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리더십네트워크의 러시아 서방정책 연구원 카티아 글로드는 AFP에 "벨라루스에서 프리고진의 존재는 '다중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벨라루스의 야권 인사인 파벨 라투슈코도 "프리고진은 루카셴코에게 선물이 아니라"며 "푸틴은 프리고진에게 당한 굴욕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것은 독재자 자신에게 전략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루카셴코의 작고 전술적이며 피상적인 승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 집권한 루카셴코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려왔다. 지난 2020년 8월 대통령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반대 세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졌다.
당시 거세지는 반정부 시위를 가라앉힌 것은 러시아였다. 이를 계기로 루카셴코는 완전히 푸틴 대통령 편이 됐고 경제와 국방과 관련된 많은 부분을 러시아에 양보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루카셴코가 반란을 중재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오히려 러시아의 요청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또 러시아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루카셴코 정권이 향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한나 리우바코바 연구원은 "루카셴코의 입지가 중재를 통해 강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의 정권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푸틴의 권위가 약해지며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가디언도 루카셴코의 중재가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중재에 대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