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나무를 식재한 땅의 모습. 박사라 기자 전남 여수시 율촌에서 수십 년째 농사를 지어오던 A(50)씨는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갑자기 수백만 원의 무단점용료를 지불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농어촌공사 순천·광양·여수지사가 지난 2월 여수 율촌면 반월저수지 인근 A씨가 농사를 짓는 땅 일부가 자신들의 소유라며 이용료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저수지 옆 1만1197㎡ 중 884㎡로, 농어촌공사는 지난 2018년~2023년까지 5년간 사용료 400여만 원을 납부하고 연체시 12~15% 이자와 행정조치를 통보하겠다고 전했다. 점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은 5년이다.
농어촌공사는 무단점용료 사전통지서를 통해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무단점용·사용하고 있다"며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과태료와 함께 불법 시설물인 나무를 철거하고 무단점용지를 원상복구해달라"고 통보했다.
농어촌정비법 시행령 제94조에 따르면 무단점용료는 사용료의 100분의 120 상당액에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무단으로 점용한 기간을 곱하며, 각 회계연도별로 산추해 합산한다.
하지만 A씨는 땅의 경계측량이나 명확한 구분 없이 무단점용료를 청구하는 건 행정 절차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저수지 제방과 경계에 있는 A씨의 땅은 위성지도나 현황을 보더라도 경계 구분이 되어 있지 않은데, 농어촌공사가 근거가 되는 경계측량이나 경계 구분과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무단점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토지는 A씨의 선대 때부터 논농사를 한 곳으로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도 2009년 상속 받아 계속 농사를 지었다고 전했다. 당시 A씨는 직장인이었던 탓에 비교적 일손이 덜 드는 조경수를 심어 재배해 왔다.
따라서 수십여 년 동안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방치한 농어촌공사도 관리 소홀이라는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수십 년간 방치하다가 느닷없이 무단점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며, 행정처분, 명도소송을 하겠다며 농민을 압박하는 모양새다"며 "땅의 소유권과 경계를 구분한 뒤, 계속 점사용하기 한다면 점사용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사전 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특히 "무단점사용료를 부과에 대한 근거가 되는 경계측량이나 경계 구분과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무단점사용료를 부과하는 건 행정조치의 기본 절차마저도 지키지 않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A씨는 또 농어촌공사 측에 유사 사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비공개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표시된 부분이 A씨와 농어촌공사가 갈등을 겪고 있는 땅. 네이버 위성지도 제공 이와 관련 농어촌공사는 시설 관리자가 우연히 A씨의 무단점용 사례를 발견해 과태료를 부과했고,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시설 관리자가 A씨가 무단점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인 5년을 산정해 부과한 것이다"며 "해당 땅의 지적 경계를 구분하고 싶은 경우에는 A씨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 직접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의뢰하고 그에 따른 비용은 원인 행위자 부담 원칙에 따라 A씨가 부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수십 년간 방치된 땅의 경우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해석이다.
민법 제245조(점유로 인한 부동산 소유권의 취득 기간)에 따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순천의 한 법조인은 "공공기관에서 수십 년간 이 땅에 대해 권리 행사를 하지 않았다면 땅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주민 입장에서는 점유취득시효로 대응할 수 있는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법조인도 "저수지나 도로 인근 땅에 대해서는 이런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며 "일반 주민의 경우 20년 이상 그 땅을 사용했다면 점유취득시효로 따질 문제다"고 봤다.
또 다른 법조인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이러한 분쟁은 굉장히 많다"며 "점유취득시효 사건 같은 경우는 언제부터 토지를 소유했는지의 과정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으며 사건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