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경남도청 제공 외국인 정착 제도를 활용해 농어촌 소멸위기에 대응하자는 제안이 외국인 근로자가 전국 세 번째로 많은 경남에서 나왔다.
경남연구원 이문호 연구위원은 2일 정책브리프(G-Brief)를 통해 "지방소멸은 농촌에서 시작한다"며 "농업생산의 지속성을 담보하도록 외국인을 농촌에 정착시키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농어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도상에 사라지는 마을이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다. 실제 경남의 인구는 2017년 338만 명을 기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주민등록 인구는 약 10만 명이나 감소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2040년에는 302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생산 인구는 감소하는 대신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도내 18개 시군 중 합천·의령·산청·함양·하동·남해·창녕·통영 등 8개 시군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읍면으로 들여다보면 196개의 읍면의 지방소멸지수는 평균 0.166으로, 이 중 160곳이 소멸 고위험이다.
농지도 지난해 13.6만ha로, 2010년보다 2.3만ha 감소했지만, 논 농업보다 수익성이 좋은 밭 농업은 증가했다. 농가 고령화도 계속돼 농업경영체의 64%가 65세 이상 고령농이다.
이런 구조 속에 농어업 부문의 고용 인력은 많이 증가했지만, 농어촌 내부보다는 외부 유입이 늘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크게 증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인 정착제도 활용을 통한 농어촌 지역소멸위기 대응 방안으로 정부의 새로운 인구관리제도인 '생활인구'와 법무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생활인구의 개념에 외국인이 포함됐다. 이에 생활인구를 확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외국인 체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행안부가 정한 인구감소 지역인 도내 11개 시군 중 모두 농업이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한 만큼 외국인이 생활인구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는 인구감소 지역의 특화산업에 적합한 외국인 정착을 유도하고자 추진하는데, 자치단체장이 추천하는 외국인을 거주비자(F-2)로 체류자격 변경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주비자는 5년 이상 살 것을 약속하고 지자체가 제시한 업종에서 취업할 수 있지만, 계절근로자(E8)나 비전문취업(E9) 비자를 가진 농어촌 외국인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단순 노무직종으로 분류돼 직업 불안정성,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불법체류 문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연구위원은 이를 고려할 때 낮은 임금과 근로여건 개선을 담은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을 농촌에 정착시키려면 장기체류 담보가 필수여서 낮은 임금과 근로여건 개선책이 뒤따라야 농업 노동력 문제 해결과 함께 농촌 소멸의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가사근로자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처럼 가칭 '농어업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마늘 수확. 경남도청 제공 국가가 정한 농어업 서비스 제공기관이 외국인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고, 농어민은 서비스 기관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된다면 지자체와 농어민 모두 외국인 근로자의 관리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이는 지역 거주비자가 요구하는 상용근로자, 소득 수준 등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 심각한 농어촌 소멸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경남도와 시군은 성실하게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판별하기 위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절근로 등 성실한 근무자로 인정되면 농업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장기 취업할 자격을 주고 지역 거주비자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 연구위원은 "장기간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 농촌 인력 문제와 농촌인구 감소·소멸을 비롯해 장기적으로 불법체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