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어린이보호구역. 박종민 기자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은 차량운행 속도가 30km/h 이내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단속안내 표지판은 물론 단속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스쿨존에서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행하다 단속되면 초과속도가 20km/h 이하일 경우, 즉 일반 간선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50km 이하로 운행할 경우에도 승용차 기준 7만원 범칙금에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어 속도제한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같은 속도제한이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간선도로에서 심야나 새벽시간대까지 30km/h라는 제한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문성호 시의원(국민의힘, 서대문2)은 "운송업ㆍ배송업자들이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심야와 새벽에 운행을 하는데 어린이보호구역이 등장하게 되면 사실상 효율을 못 낸다는 그런 평가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차량이 필수적으로 관통해야하는 주요 간선도로 정도는 어린이들이 거의 없는 심야나 새벽시간대에 제한속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20~24시, 0~8시 사이에 발생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망과 부상을 합친 사상자도 0시~8시는 0.6% 정도였다.
최근 5년간(2017-2021) 어린이보호구역 내 시간대별 사상자 비율. 도로교통공단 자료서울 지역에서도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한천로 광운초등학교 교차로에 대해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제한속도를 30km/h에서 50km/h로 높여서 적용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해당 시간대에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3개월 정도만 시범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별다른 사고가 없어) 연장해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심야와 새벽시간대에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를 높이는 '상향식'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울 광운초 사거리가 유일하고, 인천 연수구 동춘초 앞에는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오전 8~9시, 오후 12~4시 사이에만 시속 30km/h로 제한속도를 낮추는 '하향식' 탄력 제한속도가 지난해 7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경찰청은 올해들어 대전 유성구 대덕초와 경기도 이천시 증포초 앞 등에서 추가로 '속도 상향식' 시범 운영을 시작하는 등 속도제한 탄력 운영 장소를 전국 11개 소로 늘린 뒤, 효과 분석을 거쳐 올 하반기까지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도 경찰청에서 시범운영에 대한 효과성 분석을 마치고 나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속도 탄력운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경찰 측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올 하반기 중으로는 심야와 새벽시간대에 한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속도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러나 "어린이의 안전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속도제한 완화도 꼭 필요한 간선도로에만 적용하고, 이면도로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