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한반도 미래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정부 장관들의 여의도 귀환이 시작됐다. 지난 29일 발표된 개각으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선두에 나선 데 이어, 복수의 장관들이 여의도 입성을 위한 준비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장관들의 사직과 지역행(行)은 공직선거법상 공직자의 사직 시한(선거일 전 90일)을 고려할 때,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구에선 이들 장관 출신 인사와, 이전부터 지역구를 관리하던 인사 사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서울 송파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지역구 출마설이 거론돼 왔다. 다만 최근 들어 한 장관의 출마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출석해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한 장관에겐 내각에 남거나 재‧보궐선거를 비롯한 선택지가 많다. 그런데도 굳이 내년 총선에 나선다는 건 그때쯤 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못하다는 걸 의미할 텐데, 그 부담을 지게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현실적으로 한 장관 아니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직을 믿고 맡길 인사가 있느냐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 장관 차출설이 끊이지 않는 건 결국 수도권 선거의 중요성 때문이다. 한 장관과 더불어 국민의힘 수도권 여러 지역구에 심심찮게 거론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간판 인사'들이 수도권 선거 분위기를 띄워 줘야 한다는 기대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들의 발길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갈등이 생겨날 수도 있다. 원 장관이 과거 3선을 지냈던 서울 양천 갑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비례대표이자 최고위원인 조수진 의원이 현역 당협위원장으로 있는데, 최근엔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이주해 지역구 쟁탈전이 시작됐다. 여기에 원 장관까지 가세하면 최후의 승자를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함께 회의장 밖으로 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당내에선 '윤 정부 간판 장관 험지 차출설'의 일환으로 원 장관이 경기 고양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 장관이 마포, 원 장관이 고양 등에 각각 차출되는 상황을 전제로 야권 간판 인사를 겨냥한 자객 공천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내 한 관계자는 "원 장관은 국토부 수장으로서 1기신도시 특별법 문제를 완수한 뒤 1기신도시 중 한 곳에 출마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당이 수도권 선거에서 오랫동안 고전해 온 만큼, 전국적 유명세가 있는 원 장관이 이곳에서 민심을 끌어올려 줘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고양 갑 현역 의원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원 장관이 최근 '대곡-소사선 개통식 배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것도 이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선 의원에 장관까지 지냈어도 지역구 주인 자리가 '따 놓은 당상'인 것만은 아니다. 권 장관이 복귀할 서울 용산이나 박진 외교부 장관의 서울 강남 을 또는 종로가 그렇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권 장관의 지역구인 용산은 대통령실이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중요성이 커졌는데,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에 '비전캠프' 사무실을 열고 활동에 나선 건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이태원참사 이후 권 장관의 측근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책임론이 쏟아지는 등 민심 회복도 과제다. 권 장관이 여의도로 귀환하면 당분간 지역구에 전념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또 박 장관의 지역구는 현재 강남을이지만, 당세가 강한 강남3구는 대대로 전략 공천 지역이었던 만큼, 이전까지 3선을 지낸 종로로 복귀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구는 인근의 중구와 선거구가 합해질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이럴 경우 원 장관이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같은 당내 또 다른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를 노릴 수 있다.
이곳의 현역인 최재형 의원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 지역에서도 '교통 정리' 수순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은 수도권에서 당세가 강한 몇 안 되는 지역구에서 두드러진다.
성남 분당 갑의 경우 현재로선 현역인 안철수 의원이 지역을 지키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캠프 시절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함께 하고 있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초선 의원으로서 터를 닦아온 곳이기도 하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성남 분당을과 부산 북‧강서갑이 출마 예상 지역으로 꾸준히 화두에 오르고 있는데, 분당을의 경우 김민수 당 대변인이 지난 총선에 이어 출마를 노리고 있다. 김 대변인은 사고 당협인 이곳에 조직위원장 공모 신청도 해둔 상태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원래 자신의 지역구이거나 총선 승리를 위한 일부 험지 출마 요구도 있겠지만, 장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는 곳은 당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현역 의원 또는 당협위원장이 기반을 잘 다져놓은 곳이라면 이러한 지역구 배분에 조직적 반발이 나올 위험도 있다. 역효과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