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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초청장 대신 '비자'가 필요할지도…남북에서 공명하는 '투 코리아'



통일/북한

    北 초청장 대신 '비자'가 필요할지도…남북에서 공명하는 '투 코리아'

    핵심요약

    北 현정은 회장 방북 불허 담화에 대남기구 아닌 외무성 동원
    南은 외국…'민족'보다 '국가 대 국가'로 보는 인식
    "남북이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사는 게 소원"이라는 김여정
    남측에서도 남북 특수성보다 보편성 강조 흐름 강화
    尹 통일부 역할조정 지시도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과 관련

    연합뉴스연합뉴스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추진에 대한 불허 방침을 밝혔다.
     
    북한에서 코로나19 방역통제가 계속되고 있고, 금강산 남측 관광시설도 무단 철거한 상황에서 현정은 회장의 방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그 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이 대남기구가 아니라 외무성 명의로 불허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북한은 현 회장측이 금강산 지역 방문을 타진하기 위해 북한주민 접촉신고를 통일부에 제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일 신속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김성일 국장 담화'를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김성일 외무성 국장은 담화에서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방침"이며, "검토해 볼 의향도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김성일 국장은 특히 "금강산관광지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의 일부분이며 따라서 우리 국가에 입국하는 문제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아무러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지구는 북한영토이고, 따라서 입국문제는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의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 회장측은 이번에 북한주민 접촉신고서를 통일부에 제출하면서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접촉할 계획이라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수차례 이뤄졌던 현 회장의 방북도 사실 이 경로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북한이 이 기구의 권한을 부정하면서, "이러한 원칙과 방침은 불변하며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담화 발표의 주체가 외무성이라는 점에서 남측인사의 북한 방문도 외무성이 다루는 '입국' 사안이라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7일 저녁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명 없는 개성공단 일대의 어두운 모습. 연합뉴스지난달 7일 저녁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명 없는 개성공단 일대의 어두운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는 남과 북의 관계를 종전처럼 민족내부의 특수 관계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남과 북이 서로를 '외국'으로 대한다면 앞으로 언젠가 이뤄질 방북에는 과거처럼 대남기구의 '초청장'이 아니라 '비자'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동안 남북을 오갈 때 사용하던 '입경과 출경'이라는 용어보다도 '입국과 출국'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외국관계로 본다면 북한이 이번에 권한을 부정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만이 아니라 남측의 통일부를 맞상대하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역할의 근거를 잃게 된다.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2021년 3월 담화에서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기 때문에 조평통은 이미 폐지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정은 회장의 방북을 거부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북한이 '투 코리아' (남북양국) 경향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금강산 지구가 국제관광지구로 변화된 뒤 남측인사를 포함한 모든 방북자의 입출국을 외무성에서 관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에만 해도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하며 남측의 대북지원 등 실리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김정은 집권이후에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강조하는 한편 남측의 대북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1991년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직후 유엔본부 앞에 게양된 태극기 모습. 연합뉴스1991년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직후 유엔본부 앞에 게양된 태극기 모습. 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해 8월 18일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공식 거부하면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말한 대목은 북한 지도부의 투 코리아(남북양국) 지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남북관계를 종전처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 관계'로 파악하기보다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는 경향성은 남측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대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내세우며 남북관계에서도 특수성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원칙의 적용을 강조하면서 이런 경향성은 더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일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통일부 역할과 업무의 재조정을 지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북한 대응 과정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국가 대 국가의 보편적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의 주된 역할이 남북의 대화와  교류협력, 대북지원보다도 북한 인권 등 보다 보편적인 분야에 맟춰질 가능성이 높다.

    남북의 관계를 민족내부의 특수 관계 대신 새롭게 설정하려는 인식이 남북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국제관계의 보편성에 입각해 대북정책을 전개하는 가운데 북한도 현정은 회장의 방북불허 방침을 발표하며 외무성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보였다"며, "북한의 정비례 대응 원칙이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대남 외교에서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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