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점령한 러브버그 떼. 이 씨 SNS 캡처지난해에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기승을 부린 '러브버그'가 올해 수도권 전역에 출몰한 가운데 러브버그로 새까맣게 뒤덮인 북한산의 모습이 포착됐다.
3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들끓는 북한산 백운대에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확산되고 있다. SNS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북한산 정상을 찾은 등산객 이 모 씨는 "평생 볼 벌레를 다 본 날"이라며 직접 찍은 영상을 게재했다.
이 씨 인스타그램 캡처영상 속 이 씨는 그물망이 목까지 내려오는 양봉모자를 쓴 채 백운대를 걷고 있다. 이 씨는 모자와 옷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러브버그를 보여주며 "웬만해서는 벌레를 안 무서워하는데 태어나서 본 벌레 중에 제일 많다"며 "백운대 정상에 가득하다. 정말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카메라를 돌리자 바위 한 면을 새까맣게 뒤덮은 러브버그가 보이고, 바닥과 난간 등에도 벌레가 득실거린다.
이 씨는 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영상을 찍기 3일 전 의상봉에 올랐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며칠 새 개체 수가 확 는 것 같다"며 "피부에 앉은 러브버그를 쫓아내려 해도 도망가지 않더라"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캡처그 전날에도 비슷한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남편이 서울 토박이라는 한 외국인 여성은 "북한산에서 러브버그 떼를 경험했다. 한국에서 매운 드문 일"이라며 영상을 공유했다. 민소매 차림의 여성의 몸에 러브버그 떼가 달라붙어 있다. 여성은 러브버그를 쫓아내려고 시도하지만 벌레들은 요지부동이다.
이외에도 SNS에 북한산을 검색하면 백운대 곳곳을 점령한 러브버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등산객들은 SNS를 통해 "백운대는 벌레 차지", "바위 무늬처럼 미친 듯 붙어있다" 등 불편함을 호소했다.
북한산 백운대 바위에 붙어있는 러브버그들. SNS 캡처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연구관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외에서 유입된 러브버그가 북한산을 중심으로 정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낙엽이 쌓인 낙엽지를 서식처로 선호한다"며 "지난해 이어 올해도 출몰한 것을 봤을 때 그 지역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러브버그 성충 수컷은 3~5일, 암컷은 최장 1주일로 수명이 짧아 발생 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수그러든다"며 "오늘 오전 은평구 도심지역은 거의 날아다니는 게 없을 정도로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러브버그는 사람을 쏘지도 않고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박 연구관은 "유충시기에는 지렁이처럼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벌이나 나비처럼 꽃가루를 옮겨주는 역할을 해 '익충'으로 분류된다"며 "무분별한 방제는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정 내에서 물이나 기피제를 창가에 뿌리는 것으로 방충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러브버그는 밝은 옷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으니 외출 시에는 가급적 어두운 옷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엿다.
한편, 국립공원공단은 SNS를 통해 "국립공원 내에서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방제 및 생물학적 방제는 시행하지 않습니다.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며, 짧은 생활사로 인해 7월 초 이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30일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