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직장인 A(38)씨는 지난달 새마을금고에 넣어둔 예금 3천만원을 해지했다. 올해 연말에 만기를 맞는 예금이었지만 돈을 인출해 인터넷은행 파킹통장에 넣었다. 연말 이사 계획이 있어 목돈이 필요한데, 새마을금고에 대한 불안함이 커지자 이자까지 포기했다. A씨는 "상대적으로 고금리 예금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자 몇 십만원을 받자고 계속 불안하기는 싫었다. 예금자보호가 된다고 해도 사람이 몰릴 수도 있고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면 원할 때 쓸 수 없을 것 같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 연체 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새마을금고가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이 두 달만에 7조원 가량 줄어드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인한 부실 우려로 금융소비자의 불안이 극대화되는 모습이다.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 수신 잔액은 258조2811억원으로, 지난 2월 말(265조2700억원)보다 6조9889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와 신협을 제외한 상호금융권의 수신 잔액이 466조3582억원에서 475조3615억원으로 9조원 넘게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마을금고 건전성에 불안함을 느낀 고객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평가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 대출 비율이 높은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부실 우려가 더욱 커졌다. 앞서 행정안전부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새마을금고의 관리형토지신탁 대출잔액은 15조7527억원으로, 2019년 말(1694억원) 대비 약 93배 급증했다.
전체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새마을금고의 올해 1분기 전체 대출 연체율은 5.34%인데 지난해 말 3.59%에서 1.75%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 전체 연체율(2.42%)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수도권 일부 새마을금고의 경우 연체율이 10~30%대에 달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부실 금고들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수신 감소의 경우 5월과 6월 모두 증가세다. 5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PF의 경우도 범금융권 대주단 협약과 개별 기관 자체 협약을 통해, 일시적인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부동산 PF 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유동성 유예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연체율 관리 및 취약차주 지원 차원에서) 이사장에게 연체이자 감면 뿐 아니라 정상이자 감면에 대한 권한을 주는 것으로 한시적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타 상호금융권과 같은 수준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하는 행정안전부의 전문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행안부가 새마을금고를 관리하도록 돼 있는데 금융당국에 비해 부실 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농협과 신협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각각 감독 권한이 있지만, 조합의 신용사업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감독 및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안부의 관리 감독 아래에만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조직과 자금이 커진만큼 새마을금고를 산하에 두는 것이 행안부로서는 유리하다. 최근 커진 부실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지만 놓을 수 없는 이권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으로서도 권리는 없는데 책임만 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적으로 금융당국이 관리할 완전한 권한도, 책임도 없다"며 "부실을 어느 정도 털어낸 뒤 근본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리스크와 관련해 행안부 등 관련 부처와 면밀한 정책 공조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