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연합뉴스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일본을 전격 방문하는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련 최종 보고서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IAEA 최종 보고서에는 오염수 방류 관련 안전성을 승인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중국 등 주변국 여론을 고려해 방류 시점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외신과 우리 정부 등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4일부터 나흘 간 일본을 방문한다. 첫날은 도쿄에 위치한 일본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난다.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을 검토한 IAEA 7차 최종 보고서를 전달하고, 오후에는 기자 회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IAEA는 여섯 차례에 걸친 검토 보고서에서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적절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종 보고서에서도 일본 측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 방문 기간 동안 그로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현지를 들러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고가 발생한 제1원전을 둘러보고, 원전 구역 안에 IAEA 사무소도 개설한다. 방일 기간 동안 보고서와 함께 모든 일정이 끝나면 사실상 일본 입장에선 해안 방류를 위한 준비는 완료되는 셈이다.
문제는 방류 시점이다. 일단 일본 측은 명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30일 기시다 총리는 방류 시점에 대해 "안전성 확보를 위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고 국내외에 정중히 설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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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와 해수 희석 과정 등을 통과한 오염수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최종 보고서에 담길 경우, 이를 적극 홍보하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보고서를 근거로 삼아 방류 반대 여론에 대응하고 국내외 관계자들을 설득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종 보고서 공개 직후 오염수 방류가 순차적으로 발생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별개 사안으로 대응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 입장에선 오염수 방류를 위해 국제기구인 IAEA의 승인을 받은 후 여론전을 펼쳐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 홍콩 등 반발을 감안해 국제 여론을 돌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일촉즉발 충돌 양상을 보였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진정 국면에 돌입했고, 일본 내 공명당 여론 등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2일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은 "해수욕 시즌은 피해서 방류하자"고 주장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오는 6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외교 변수를 감안할 때 방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 방문 일정이 끝난 후 우리나라와 뉴질랜드, 쿡 제도 등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방류에 반발하는 주요 국가들을 차례로 방문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 일정에 대해 "지금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데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는 외무성, 그로시 사무총장은 직업 외교관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국제 여론을 일본 편으로 돌리는 외교적인 방식을 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