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4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에서 열린 보훈보금자리 입주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국가보훈부가 독립유공자 공적 재검증 방침을 밝히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보훈부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친북 등 논란이 있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 취소 계획을 밝혔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다음날인 3일 페이스북에 "가짜 독립유공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항일운동 했다고 무조건 OK가 아니다"고 말해 정책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 정권 만드는데 또는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친북' 또는 '허위' 독립유공자로 거명되는 대표적 인물은 손용우 지사와 김근수‧전월선 부부 지사다. 각각 손혜원 전 국회의원의 부친과 고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친‧모친이다.
이밖에 북한 초대 부수상 박헌영의 첫째 부인 주세죽 여사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외삼촌인 강진석 선생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훈이 취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보훈부 관계자는 "손용우 지사 같은 경우는 선정 당시에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고 했고 "강진석 같은 분은 과거(2016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했던 얘기"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보훈부가 자체적으로) 리스트를 만들거나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훈부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문제의 독립유공자로 사실상 지목된 당사자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손혜원 전 의원은 3일 유튜브 방송에서 부친에 대한 서훈은 2018년 초 보훈처(현 보훈부)의 내규 변경에 따른 것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당시 보훈처는 1945년 광복 이전까지는 사회주의 활동 전력이 있더라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던 것을 1948년 정부수립 전까지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손 전 의원은 "보훈처가 2018년 초에 내부 규정을 (바꿔) 3년을 뒤로 늘려서 39명의 서훈이 추가됐다"면서 자신이 보훈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배경이 됐다는 식의 의혹을 재판 결과 등을 근거로 반박했다.
보훈부의 이번 결정이 더 논란이 되는 것은 사회주의 전력은 '친북' 딱지를 붙여 배제하는 반면 '친일' 전력은 용인하는 기류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보훈부는 "그 외 공과가 함께 있는 독립유공자에 대해서도 정책연구와 토론회 등을 거쳐 재평가 방안이 있는지 찾아볼 계획"이라며 친일 전력에 대한 시각 변화를 알렸다.
앞서 박 장관도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죽산 조봉암 선생을 언급하며 친일 경력 재평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부 언론은 그 연장선에서 일제 작위를 받았지만 후에 임시정부에 참여한 김가진 선생의 서훈이나 친일 행적 때문에 서훈이 박탈된 김성수 등의 복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독립유공자의 근본 가치가 치열한 반일투쟁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친일을 용인하는 심각한 자기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사실 보훈부가 밝힌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는 이미 2019년부터 진행되고 있어 새로울 게 없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은 '친일' 행적을 가려내기 위한 당초 취지가 '친북' 이념논쟁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훈처가 현재 단 한 건의 부정‧결격 사유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뜬금없이 '가짜 독립유공자'를 운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위야 어떻든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독립운동가 후손마저 좌우 편 가르기에 동원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