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신고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술에 취해 열차에 탄 뒤 '사람을 죽이러 부산에 가고 있다'며 경찰에 허위 신고한 60대 남성이 구속 송치됐다.
지난달 25일 오후 9시 15분쯤 경북경찰청 112상황실에 한 남성으로부터 섬뜩한 내용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 남성은 "지금 사람을 죽이러 부산에 내려가는 중이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곧바로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시도했지만, 유심(USIM)이 빠져 있는 상태여서 추적이 불가능했다.
이에 신고 녹취를 다시 들어보니 안내방송 등 주변 소음이 들렸고, 이 남성이 부산으로 가는 열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북경찰청은 즉시 부산 동부경찰서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형사와 지역 경찰·철도경찰과 역무원 등 수십 명을 동원해 부산역 일대를 수색했다.
신고가 들어온 지 1시간가량 뒤 경찰은 신고 이력을 바탕으로 남성의 인상착의를 파악해 검문검색을 이어갔다.
오후 11시 35분쯤 부산역에 열차 한 대가 도착하고,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역사 안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은 인파 속에서 신고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성을 포착했다.
경찰이 다가가 신고 여부를 묻자 이 남성은 "신고한 적 없다"며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이에 경찰이 앞을 가로막고 재차 추궁하자 이 남성은 결국 자신이 신고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60대·남)씨를 구속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 살인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소주 6병을 마신 후 과거 부산의 한 식당에서 있었던 나쁜 기억이 떠올라 허위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홧김에 한 허위 신고로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십 명의 경찰이 동원되는 등 공권력이 낭비됐다"며 "허위 사실을 신고할 경우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