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주최로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박희영 기자건설현장 여성노동자들이 현행 모성보호제도에 사각지대가 발생해 제도적 차별을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노조)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모성보호제도는 건설업 특성과 건설노동자의 고용형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여성 건설노동자가 제도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재생산권 침해"라고 밝혔다.
건설노동자는 대부분 일용직 근로계약 또는 공사 현장에서 특정 작업이 필요한 기간을 정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공사기간 중 일부 공정에 투입돼 해당 공정이 이뤄지는 기간만 해당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공정이 마감되면 다른 현장으로 이직하는 형태로 사업장의 이동이 잦다.
노노모 김세정 노무사는 "현행 모성보호제도는 상용·상시 근로자를 적용 대상으로 설계돼 일용·임시 근로자인 건설근로자는 모성보호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산업 종사자 중 건설노동자 육아휴직자 비율은 평균 1.9%에 불과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육아휴직제도,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 등 현행 모성보호제도는 6개월 이상의 의무 복무를 요건으로 한다"며 "근무기간이 필연적으로 정해져 있고, 그 기간이 1년 이내에서 몇 개월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건설노동자들은 현장 이동과 입퇴사가 매우 빈번해 한 현장에서 6개월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성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처한 것"이라며 "제도 보완을 통해 건설근로자들에게도 모성보호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윤원경 조합원은 "지금도 출산휴가나 모성보호제도 조건을 따지고 들면 '그래서 여성노동자는 채용할 수 없다'는 말이 돌아올까 봐 젊은 후배들이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모성보호를 위한 휴가가 건설노동자도 상시노동자와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모성보호제도가 건설노동자들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