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뉴 ES 300h. 렉서스코리아 제공
일본 제품 불매운동(NO 재팬)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에서 곤욕을 치르던 렉서스가 최근 들어 판매량 상승세를 이어가며 과거의 입지를 회복하는 모양새다. 토요타 역시 한달새 판매량이 50% 넘게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일본 브랜드를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가운데 왕좌를 노리는 BMW와 벤츠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1655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직전 5월 판매량(974대)과 비교해 69.9%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25.5%나 뛰었다. 2~3%대에 그쳤던 점유율은 6.19%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전체 순위에서도 볼보(1372대)를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추이를 보면 렉서스의 성장세는 보다 뚜렷하게 다가온다.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렉서스의 국내 판매량은 총 69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1.1% 상승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총 판매량인 7592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재 추세를 이어가면 올해 총 판매량은 1만 4000대에 이를 전망이다. NO 재팬 직전 연도인 2018년의 연간 판매량(1만3340대)과 맞먹는 규모다. NO 재팬 이후 9위까지 미끄러졌던 상반기 기준 순위도 올해 들어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형제인 토요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토요타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966대로, 전월 대비 53.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54.3%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9% 오른 3978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순풍을 업고 토요타와 렉서스는 올 들어 국내 시장 공략에 팔을 걷고 나섰다. 토요타는 최근 국내에 간판 모델인 크라운의 16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내놨다. 전통적인 세단의 이미지를 벗고 도심형 SUV로 불리는 크로스오버(CUV) 모델로 새단장했다. 렉서스는 첫 순수 전기차인 '디 올 뉴 일렉트릭 RZ'와 '뉴 제너레이션 RX'을 출시했다.
지난달 21일 렉서스는 전기차 출시에 맞춰 국내 간담회도 가졌다. 당시 렉서스 인터내셔널 와타나베 타카시 사장은 "한국 고객분들은 트렌드에 더 민감하고 첨단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이해하는데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며 "렉서스는 한국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고 품격있는 서비스와 체험을 제공해 진정성을 아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브랜드의 가파른 상승세로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모처럼 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볼보와 아우디의 견고한 경쟁 구도에 렉서스가 가세하면서 삼파전 양상으로 굳어가는 흐름이다. 여기에 포르쉐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32.6% 증가한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점유율을 차츰 올려가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 왕좌를 노리는 절대 강자는 여전히 BMW와 벤츠다. 지난달에는 BMW가 8100대를 판매해 근소한 차이로 벤츠(8003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직전 5월에는 벤츠가 6292대로, BMW(6036대)를 앞섰다. 올해 상반기까지의 판매량은 BMW가 3만8106대로, 벤츠(3만5423대) 보다 약 2700대를 더 팔았다. 6월 베스트셀링 모델은 △BMW 520(1216대) △메르세데스-벤츠 E250(1085대) △렉서스 ES300h(825대) 등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