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2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 스크린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이 12일 동해상으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오는 27일 한국전쟁 정전(북한 주장 '전승절') 70주년을 앞두고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공언했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엄중한 결함'을 공개 질책하는 등 상황 만회를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0시쯤 평양 일대에서 ICBM 1발이 고각 발사돼 약 1000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졌다고 밝혔고 최고 고도는 6000km로 추정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15일 이후 27일 만이며, ICBM 기준으로는 4월 13일 첫 고체연료 방식의 '화성-18형' 시험발사 후 약 석달 만이다.
구체적 제원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고도나 사거리가 과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화성-18형의 성능 점검 및 보완을 위한 두 번째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화성-18형 발사는 성공했지만 5월 31일 군사정찰위성(만리경 1호) 발사에는 실패했다. 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천리마 1형)가 서해 상공에서 추락하면서 로켓 기술력까지 의문시된 것이다.
더구나 우리 군이 북한 발사체와 위성 잔해를 성공리에 인양하고 조악한 기술 수준인 것까지 밝혀내면서 체면이 더욱 깎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달 15일 한미 연합‧합동 화력시범을 겨냥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나름대로 만회에 나섰지만 결과는 인상적이지 못했다.
'전승절' 70주년이라는 상징적 계기를 맞아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과시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내외적 난맥상을 드러내며 초조하기까지 한 형국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당 전원회의에서 정찰위성 실패 책임을 추궁하고 빠른 시일내 성공시킬 것을 독촉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지난 10~11일 이례적인 세 차례의 담화를 통해 미군 정찰기의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진입을 문제 삼은 것은 반전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EEZ 진입을 뜬금없이 트집 잡은데 이어 유엔 안보리결의에 명백히 위배되는 ICBM을 발사한 것은 전승절을 앞두고 기획된 시나리오의 일부로 판단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러티브를 중시하는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11~12일)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13~14일)을 계기로 어떻게든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어야 할 필요도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오는 18일 서울에서 출범하는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조만간 있을 미국 전략핵잠수함(SSBM) 방문에 맞춰 또 다른 형태의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미군의 EEZ 진입을 비난하는 성명에서 과거 미군 정찰기 격추 사례 등을 세세히 나열하며 단호한 '대응행동'을 경고한 상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빈말은 하지 않는다는 점과 한반도 군사적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7.27 70주년 대규모 열병식까지 전략적 로드맵 하에 움직이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