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관련 팻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공공의료와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13일 전격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4년 이후 19년 만에 나서는 파업으로 참여 규모도 역대 최대 인원이 될 전망이다. 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수술과 입원 중단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 현장의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 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전야제를 진행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로비에 초록색과 보라색 피켓을 든 의료진 8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9·2 노정합의 이행'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든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은 파업 전날인 이날 오후 파업 전야제를 열고 정부에 9·2 노정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19년만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이번 파업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시기 국민의 전폭적 지지로 복지부와 노정교섭을 통해 공공의료와 인력 확충 합의를 이뤄냈다"며 "합의 이후 2년 가까이 됐지만 복지부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우리 파업을 정치 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위원장은 "환자 안전과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며 "투쟁에 승리할 때까지 앞장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전국 145개 병원, 조합원 수는 4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른바 빅 5인 서울 대형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려대안암병원과 이대목동병원, 경희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서울 등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20여곳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파업 규모가 워낙 커 의료 현장의 차질도 빚어지고 있다.
부산대병원 분원인 양산부산대병원과 부산어린이병원은 입원 환자를 퇴원이나 전원하도록했다. 국립암센터는 파업이 예고된 13~14일 수술을 모두 취소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홈페이지를 통해 "13~14일 파업으로 예약 업무가 부득이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보건의료노동조합 파업으로 13~14일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국립중앙의료원 공지. 홈페이지 화면 캡처노조는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인력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 조합원 65%가 간호사여서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는 전국 상경 파업 집회를 시작으로 오는 14일에는 서울과 세종 등 지역별 중점 파업을 진행한다. 13일 전국에 장맛비 예보가 있지만 노조는 비가 와도 총파업 집회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측의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 파업을 두고 찬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14개 의료단체는 정부와 대화 해결을 촉구하며 의료공백이 나오지 않도록 자체 실시간 모니터링과 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노조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인력 유지를 밝혔지만 일반병동이 정상 운영되지 못한다면 응급실도 기능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며 "총파업 결의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불법파업이냐는 질문에 "법에서 요건으로 하는 것을 충족하기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파업할 때는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법원 판례에서는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와 교섭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이건 노사 문제이기 때문에 노조는 사측이랑 협상을 하는 게 맞다. 보건의료노조는 정책적인 부분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는데, 정책을 이유로 파업을 하는 게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박민수 제2차관을 반장으로 파업 상황 점검반을 꾸리고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한 복지부는 12일 오후 파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상급병원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박 차관은 "정부가 지난 4월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정책 이행시점을 이유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는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며 "필수의료 대책, 간호인력 지원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고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입원환자 전원 등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지역 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환자 치료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 달라"고 병원장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