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추인하려 했으나 반대 의견에 부딪혀 무산됐다. 혁신위는 의총 전날까지 민주당 의원들에게 혁신안 수용을 압박했는데, 추인이 불발되면서 갈등 국면이 표면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찬반 의견 갈려…"헌법적 권한을 의총에서 내려놓나" 반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여러 제안과 의견이 있었다"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밀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 나가며 충실한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짧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으며, 다음 의총에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의총 모두발언에서 "이 자리에서 정당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 선언했으면 한다"며 혁신안 수용을 촉구했지만 불발된 것이다. 모든 체포동의안에 대해서가 아닌, 부당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 만이라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자며 지도부가 한발 물러선 제안을 했지만 의원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다.
의총에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의견이 상당수 나왔다는 후문이다. 강훈식 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이 혁신위가 제시한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의총에서 포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대 의견도 거세게 제기됐다. 그동안 검찰을 강하게 비판해 와 놓고 이제 와서 그들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발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혁신위 '경색'…전국 돌며 '명분 쌓기' 나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이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혁신위와의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원총회 직후 혁신위는 입장문을 통해 "혁신위의 제안은 변함이 없고 민주당에 혁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오늘 의총에서 통과 안 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하루빨리 재논의를 희망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민주당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보름 넘게 답변을 내놓지 않는 등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에 혁신위는 의총 하루 전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망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혁신위는 민주당이 혁신안을 수용토록 하기 위해 '명분 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지역을 순회하며 민주당 쇄신 방안과 혁신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게 혁신위 계획이다. 민주당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혁신위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도록 정치적 부담을 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실패하면 결국 부담이 가중되는 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다"라며 "당 지도부에서도 적극적인 태도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