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 연합뉴스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3)이 법정에 나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정씨는 14일 오전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직접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았다.
연두색 수의 차림에 흰색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한 정씨는 피고인석에 앉아 무덤덤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김 부장판사가 인적사항 확인을 위해 부르자 "네"라고 짧게 답한 정씨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집 주소를 말했다.
이어 검찰은 정씨의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을 간략히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0분쯤 피해자 집에 중학생인 것처럼 방문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온몸을 110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사체를 옮기기 쉽게 하거나 신원 확인을 못 하게 할 목적으로 같은 날 오후 6시 10분쯤 미리 준비한 또 다른 흉기로 숨진 피해자의 신체를 훼손했다. 이후 27일 오전 1시 15분쯤 경남 양산시 한 공원에 사체 일부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씨는 범행 직후 자신이 입고 있던 옷에 피가 많이 튀자 피해자의 원피스를 입고 밖으로 나와 절도 혐의도 받는다.
이 같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정씨 변호인은 "세부적으로 약간 다른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가 "변호사 말과 같은 입장인가"라고 묻자 정씨는 짧게 "네"라고 답했다.
14일 오전 정유정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부산지법 351호 법정. 박진홍 기자정씨는 지난 7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성문에 대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없냐"는 질문에 정씨는 "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부장판사는 "반성문 각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내용을 판사가 내용을 읽어보는지 상당히 의심하면서 썼던데 제출하면 판사는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제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면을 응시하던 정씨는 재판이 진행될수록 점점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 탓에 착용한 안경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뺨까지 내려왔지만 정씨는 안경을 고쳐 쓰지 않고 표정 변화 없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재판이 끝나자 재판부를 향해 두 번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재판부는 공소장 내용상 검찰이 제시한 정씨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21일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