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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지개 펴는데"…파업 깃발에 조선사들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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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기지개 펴는데"…파업 깃발에 조선사들 '전전긍긍'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조선6개사 노조, 쟁의권 확보…일부 민주노총 집회 참여
    노조 "당장 파업하겠단 의미 아냐…쟁의권 확보후 더 적극적으로 교섭하겠다는 것"

    연합뉴스연합뉴스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난 뒤 올해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을 목전에 둔 조선사들이 최근 불거진 파업 리스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년치 일감을 확보해 놨지만 만성적인 인력난과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 등으로 다중고(多重苦)를 겪고 있는 가운데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선박 인도 지연 가능성 확산 등으로 번지며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2일 울산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참여하며 3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이뤄냈지만 올해 투쟁 모드로 다시 돌아섰다.

    한화오션 노조도 일부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했다. 한화오션 노조는 전임자 등 간부를 중심으로 일부 인원이 경남 창원으로 이동해 파업에 참여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파업은 임금 및 단체 협상 난항에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상견례 이후 교섭을 이어오고 있지만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근속 수당 인상 △임금체계 개편 전담팀 구성 △사회연대기금 출연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11일 오후 사내 체육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난항에 따른 파업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HD현대중공업 노조가 11일 오후 사내 체육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난항에 따른 파업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한화오션도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금 18만4900원을 제시했지만 한화오션은 8만8천원을 제시하는 등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노조가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사측은 생산조직 소속의 공정·노무·안전 관리를 모두 수행하는 인원 중 팀장 미만 생산관리자에게 분기별로 10만~30만원의 생산관리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중대재해(사망사고) 또는 파업(직영·협력) 발생 시 이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노조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한화오션 대표를 고용노동부에 고소한 상태다.

    다른 조선사들도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등 8개 조선사노조가 모인 조선업노조연맹은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공동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쟁의 조정 신청은 임금 및 단체 협약 교섭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노조가 중노위에 합법적으로 파업하기 위해 권리를 신청하는 절차다. 이후 중노위가 조정 회의를 열고 노사 양측의 입장차이가 큰 것으로 판단하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중노위는 조선업노조연맹 공동 쟁의조정 신청과 관련해 소수 노조여서 교섭권이 없거나 실질적인 교섭이 진행되지 않은 2개사를 제외한 현대중공업 등 6개사에 관련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6개사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살아나기 시작한 조선 업황에 노사 갈등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잇따른 수주로 국내 조선사들이 최소 3년 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납기지연에 따른 비용은 물론 이후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하청 노조 파업으로 하루에 약 3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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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조선업이 막 업황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이 산업경쟁력 약화 및 그에 따른 처우개선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노사 모두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임단협을 둘러싼 조선업계 갈등이 도미노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달 진행된 현대중공업 조사의 13차 본교섭에서 사측은 "중앙노동위의 노동쟁의조정신청 공문을 받았는데 더 이상 교섭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노조는 "쟁의조정신청이 교섭 중단이나 당장 파업 진행의 의미는 아니"라며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교섭에 집중하자는 의미이고 교섭이 잘 진행된다면 쟁의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도 "쟁의조정신청 등은 노조가 쟁의권을 가진 상황에서 교섭에 속도를 내자는 의미"라며 "(조선업계 노사의) 교섭 속도가 조금씩 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사가 의미있는 합의를 이뤄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이제 조선업이 잘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7월말에서 8월초 생산직 근무자들이 단체로 여름 휴가에 들어가는데 대부분 이전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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