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이 과거처럼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전략자산 전개 중단과 같은 '가변적이고 가역적 조치'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할 수 없다며 "밑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17일 오후 담화를 내고 "지금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는 2017년 조미(북미) 쌍방 사이에 조성되였던 첨예한 대결수위를 훨씬 넘어서 실제적인 무력충돌 가능성, 핵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형편에 이르렀다"며 미국이 자주 거론하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대해 비난했다.
먼저 그는 "가상적으로 조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현 미 행정부가 협상탁 위에 올려놓을 보따리라는 것이 'CVID' 따위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라며 "미국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지금 우리와의 협상조건, 거래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기 한미가 대규모 연합기동훈련(FTX)을 중지하고 전략자산의 전개도 하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시간벌이를 위한 그런 얄팍한 술책에 넘어갈 우리가 아니다"고 하며, "미 전략자산이 조선반도에 진입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10여시간이면 전개가 완료되고 합동군사연습(한미연합훈련)도 병력을 재투입하여 재개하는 데 길어서 20일이면 충분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이 대화마당에서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것들이란 모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것뿐이라는 점을 우리는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다"며 "그런데 미국이 우리에게서 바라는 것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이다. 하다면 그 가역적인 성격을 띠는 공약을 믿고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을 당면한 이익과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아무리 전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약한 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앉으면 그것을 제 손바닥처럼 뒤집는 것이 바로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윤석열이나 바이든과 같은 그 어떤 개인을 대상으로 하여 전략을 구사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특등 앞잡이인 '대한민국'과 세계 악의 제국인 미합중국을 상대로 장기전략을 세워야 하며 압도적인 억제력에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망적인 안전담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 우리 앞의 현실은 미국이 자동응답기처럼 외워대는 대화가 아니라 우리의 코앞에 때없이 날아드는 핵전략폭격기와 우리의 주권영역을 침범하는 미국의 공중정탐행위이며 우리에 대한 핵무기사용을 공공연히 모의하는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 NCG)' 회의 소집과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조선반도 수역에 진입하는 미 전략핵잠수함의 출현이다"고 했다.
그는 "현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수 있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강도적인 미국 사람들과 마주앉아 오손도손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다"며 "며칠 전 미국이 우려스럽게 목격한 것은 이미 개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군사적 공세의 시작일 따름이다"고 협박했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CVID만 주장하는 미국과 대화를 해 봤자 시간낭비라는 항변을 통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니며 미국이 대화 셈법을 바꿔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는 미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미 전략자산 전개, 확장억제 강화, 한미일 군사동맹적 기조 강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심리가 엿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