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가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영국 법원에 제기한 취소 소송의 성패는 '관할 해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안이 애초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가 다룰 수 있는 관할권 밖의 문제임을 입증하는 것이 승부처라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8일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취소소송은 PCA 중재 절차를 시작할 때부터 한국 정부와 엘리엇이 영국 런던을 중재지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상 PCA가 해당 ISD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PCA가 재판할 수 있는 권한 밖의 문제라는 얘기다.
법무부는 엘리엇이 문제삼은 국민연금의 주주 의결권 행사가 '정부적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규정상 국가기관의 공권력이나 행정력이 발현된 조처여야 PCA 관할권에 포함된다. 국민연금은 국가기관이 아니고 의결권 행사 역시 정부적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만 영국 법원이 이런 정부 논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국 법원의 취소 소송 승소 확률도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국 정부가 패소한 사례도 있다. 2018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ISDS에서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자 영국 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법원 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하려면 반드시 '관할권 쟁점'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이번 취소소송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해볼 만 한 싸움"이라면서 "핵심은 PCA 관할권 인정 부분에 대한 판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이 제기한 국제분쟁이 PCA 관할권 밖에 있다는 점을 영국 법원이 인정해야 제로-베이스에서 사안을 판단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관할권 문제가 아닌 다른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영국 법원이 앞선 중재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원목 교수는 "사실상 실익이 없는 취소소송"이라면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국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인 효과나 국민 여론을 무마하는 등 용도로 해석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통상 전문가는 "ISDS는 단심제인데 사실상 불복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메이슨 등 진행 중인 다른 ISDS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취소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추가적인 법률 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동훈 장관은 "당구를 오래 치면 당구장 주인만 돈을 버는 구도"라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대사를 인용해 "아끼면 안 되는 비용이 몇 가지 있다고 한다.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취소 소송 없이 판정을 수용하면 부당한 ISDS 제기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장관은 "확률이 높지 않지만 충분히 해볼 만 하다"며 "다른 연기금이나 국부펀드도 ISDS 대상이 될 수 있다. (엘리엇 논리대로 소송이 끝나면) ISDS 소송이 세계 전체 경제의 정의를 판단하는 권위를 갖게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