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사의 한 건물에 떨어진 칼리브르 미사일. 연합뉴스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한 직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거점 항구인 오데사를 비롯해 흑해 연안 항구들에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러시아는 또 자국의 승인 없이 곡물 수출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크림대교 피격을 계기로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의 만기 연장을 거부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항을 공격하는 등 일련의 보복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무인 수중무기(수중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2곳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군도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등에 드론 과 순항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군의 공격은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헤르손 등 흑해 연안 곡물 수출항에 집중됐다.
흑해에 있는 오데사항은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에서 수확한 곡물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관문인데, 이곳에서 나온 곡물 수송선은 러시아 흑해함대가 있는 세바스토폴 등 크림반도 코앞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 곡물 저장소.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흑해곡물협정 중단 이후에도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로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면서 자국 승인없이 흑해 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장과 가까운 지역에서 적절한 보장이 없이는 위험이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없이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그런 위험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느 나라가 어느 정도로 위험을 감수할지는 우리가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의 차질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식량을 무기화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큰 실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은 러시아를 협정에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엔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많은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