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심경 글과 폭행으로 인한 교사의 피해 모습. 익명 커뮤니티 캡처·서울교사노조 제공 최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담임교사가 무차별 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진 가운데 피해 교사의 남편이라는 누리꾼의 심경이 온라인에 게재됐다.
1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제 아내가 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등록됐다.
자신을 폭행당한 교사의 남편이라고 밝힌 A씨는 이 글에서 "아내가 웃음이 많던 사람이었는데 눈물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6월의 마지막 금요일 아내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갔다"며 "코피 나고 부은 얼굴, 얼굴과 팔다리의 멍, 찢어진 입 안, 반깁스를 한 손. 전치 3주를 진단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키 160cm 초반, 몸무게 70~90kg의 남학생이 아내를 던지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며 "아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잡으려 하니 가위를 던졌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B군이 담임교사를 20~30차례 가격한 사실이 전날 보도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 폭행은 상담 수업 대신 체육 수업에 가고 싶다는 B군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SBS 보도 화면 캡처A씨에 따르면 아내는 레몬청으로 에이드를 만들며 비율의 개념을 가르치고, 초코파이를 먹으며 그 감상을 시로 쓰게 하는 등 수업에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할 줄 알았다. 그는 "아내가 항상 짐을 한보따리 챙겨 학교에 가곤 했다"며 "아침을 먹지 않고 오는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며 식빵과 잼, 토스터기까지 챙겨가는 날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3월, B군이 한차례 아내를 폭행했던 때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B군이 동급생을 폭행하는 걸 말리자 아내를 때렸다고 한다"며 "아내는 그런 막돼먹은 녀석의 마음을 열어보겠다고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사주고, 그 친구가 체스를 좋아한다고 체스를 배우기도 했었다"며 씁쓸해했다.
A씨는 그랬던 아내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우울증세, 불안장애 등을 진단받았다며 분노했다. 그는 "아내가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울기만 한다"며 "빨래를 개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자신을 때리던 그 아이의 표정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흘린다"고 호소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캡처이어 그는 "학교 앱으로 학생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아내가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온 것 같아 미안하다고 또 운다"며 학생들이 보낸 메시지를 첨부했다.
사진에는 "뉴스에서 선생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답장은 해주지 않으셔도 좋으니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매일 학교에 가면 신이 났는데 선생님이 나오시지 않으니 신이 나지 않네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A씨는 B군의 부모의 행동을 지적했다. A씨는 "(B군 부모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없었는데 학교엔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며 "선생님 잘못도 있다고 했다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돌더라"고 밝혔다.
이어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평생 제 아내 탓이라고 하고 다니겠구나 싶어 치가 떨린다"며 "법 앞에서 그 부모와 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