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별검사. 황진환 기자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사실상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정한 검찰이 그를 둘러싼 '돈줄'을 규명하기 위해 보강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건너간 자금 흐름을 상세히 확인해 박 전 특검 혐의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박 전 특검의 딸과 아내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에는 박 전 특검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에서 함께 근무한 이모 변호사의 주거지도 포함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2014~2015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캠프 자금 등 선거 전반 관리를 맡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을 둘러싼 압수수색은 자금 흐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특징이다. 애초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청탁을 받은 '대가' 약속에 수사 초점을 맞췄다면 '이익 실현'으로 무게추를 옮긴 것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박 전 특검의 딸은 2019~2021년 사이에 받은 총 11억원 규모의 대여금을 비롯해 퇴직금, 화천대유에서 분양받은 아파트 시세 차익 8~9억원 등 총 25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박 전 특검의 딸에게 건네진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뤄진 압수수색도 이러한 자금 흐름을 규명하기 위한 차원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부인도 자금 흐름에 포함된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다.
이 변호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과 조사는 대한변협 회장 선거 자금과 맞물려 있다. 검찰은 지난달 박 전 특검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실제 현금 8억원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이 가운데 3억원이 선거자금 관련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서 김만배·남욱씨 등 대장동 일당에게 컨소시엄 구성 관련 도움을 준 대가로 200억원 상당을 약속받고, 실제로 2014년 10~12월 변협 회장 선거 비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았다고 본다.
검찰은 남씨가 박 전 특검의 측근으로 특검보를 지낸 양재식 변호사를 통해 박 전 특검에게 3~4차례에 걸쳐 총 3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선거캠프 사무실,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 등에서 전달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 측은 현금 8억원 중 선거자금 명목인 3억원은 받은 사실이 없고, 5억원에 대해서도 계좌를 빌려주기만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허모·이모·강모 변호사 등 당시 선거에 관여한 박 전 특검 주변인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 변호사도 압수수색이 이뤄진 다음 날 소환돼 선거자금 수수 경위와 사용 내역 등을 추궁당했다.
검찰은 애초 박 전 특검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재 혐의는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속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검찰은 당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심사)에서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이 우리은행 내부로 전달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 1500억원 규모의 여신의향서가 발급된 과정 등 이익이 요구, 약속되고 실제 전달이 이뤄지는 범행 단계별 관련자들의 다양한 진술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박 전 특검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법률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이 필요하다는 검찰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이런 법원의 의문을 풀기 위해 실물이 존재하는 현금 흐름을 중심으로 수사 초첨을 맞췄다는 반응이다.
검찰 출신 관계자는 "여러 '약속'이라는 부분은 법리적으로 다퉈졌던 것인 반면 '3억원이 건네졌다'는 현금의 흐름은 실물이 존재하는 측면에서 사실관계를 입증하면 혐의를 인정받기 쉽다"며 "촘촘하게 사실관계를 재구성해 법원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딸과 아내 등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 분석 등을 마치는 대로 박 전 특검을 다시 소환하거나 바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