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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사망 속출 와중에 호우 특보…'끓는 지구'에 날씨 오락가락

사건/사고

    폭염 사망 속출 와중에 호우 특보…'끓는 지구'에 날씨 오락가락

    지난 주말 사이 온열질환 사망자 4명→18명 급증
    전국 '살인 더위'로 몸살…일부 지역 '폭우' 내려 이상 기후 관측돼
    "지구 온난화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작돼"…전 세계 '이상 기후' 속출
    전문가들, 기후 위기 반영해 재난 경보 시스템·예방책 개선 촉구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역대급 폭염에 미국에서는 선인장이 고사하고 그리스에서는 산불이 멈추지 않는 등 말 그대로 지구가 펄펄 끓면서 한반도 날씨는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집계된 온열질환자 통계(지난달 31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접수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총 18명. 특히 지난 주말(지난달 29~30일) 사망자는 14명에 달했다.

    기록적인 폭우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살인적인 더위가 찾아온 모양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 특보가 발효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아이러니하게 강하고 세찬 비가 내리면서 폭염주의보와 호우 특보가 겹치는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31일에도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제주 산간 지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178곳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는 등 '찜통 더위'가 이어졌다. 오후 3시 기준 주요 지점 낮 최고기온을 살펴보면, 서울은 33도, 인천 30.1도, 경기 동두천 31.8도, 경기 양평 31.4도, 대전 32도, 대구 34.3도, 부산 32.1도, 광주 32.2도, 제주 제주시 31.3도 등이다.

    그런데 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강한 소나기가 내렸다. 당일 오후 4시 기준 경상북도 청송에는 10~30㎜의 비가 내렸고 31일 밤까지 많게는 8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30일 비슷한 기상 현상이 관측됐다. 당일 폭염경보가 내려진 서울 일부 지역에 시간당 80㎜에 육박하는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졌지만, 노원·중랑·강남·서초·송파구의 강수량은 0㎜를 기록하는 등 지역별 편차가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폭염과 비구름이 만나면 체감온도는 더욱 상승하고 불쾌지수도 올라간다. 여름 햇볕에 달궈진 지표면의 열이 구름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사이 짧은 시간 쏟아진 폭우가 습도를 높여 말 그대로 '찜통 더위'가 된다.

    이처럼 폭염과 폭우가 겹치는 기상 이변은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지표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이상 기후' 현상으로 분류된다.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령된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쿨링포그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령된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쿨링포그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
    국립기상과학원 조천호 전 원장은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수증기가 한 7% 정도 늘어난다. 수증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비구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습한 여름철에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더 많은 수증기가 공기 중에 돌아다니다 보니 이번 여름 폭염과 폭우가 겹쳐서 일어나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1940년 이전보다 1년 강수량이 1천300㎖나 늘어난 반면에 비 오는 날의 수는 오히려 조금 줄었다. 그 말은 비가 오면 점점 강렬하게 온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끓는 지구)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후변화 현상이 진행 중이고 두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은 16.95도로 나타나, 기존 최고치였던 2019년 7월 기온 16.63도를 0.32도 차이로 앞질렀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달 전 세계 평균 지표면 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면서 올해 7월이 가장 더운 7월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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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전 원장은 '끓는 지구'(Global boiling)를 가리켜 "지구 평균 기온이 몇 도부터 지구 온난화고, 몇 도부터 지구 열대화라는 기준은 없다"며 "보통 기후 변화라고 하는 것은 단순하게 온도가 올라간다는 게 아니라 극단적인 날씨가 굉장히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부분을 강조하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가 '끓는 지구'라는 수위 높은 용어를 사용할 만큼 '기후 위기'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얘기다.

    미국 기상청(NSW)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미국 남서부 지역과 동북부 지역은 열돔 현상으로 기온이 38도 안팎까지 오르면서 인구 절반 이상인 1억 7000여만 명이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어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일대에서는 고온으로 인한 산불로 지난달까지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후 위기 시대에 맞춰 재난 경보 시스템과 예방책을 개선해야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존과 같은 대비책으로는 매년 폭염과 호우 피해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들에 대해서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대비를 하고 있다"며 "문제는 기후변화라는 변수까지 포함해서 기상 정보들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에 설치된 댐, 재방 등 시설들이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산림청에서 산사태 위험지역을 선정할 때도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경제적으로 피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재난에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기상과학연구원 변영화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폭염과 호우가 동시에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등이 기후 변화의 적응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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