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이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한 가운데, 미국도 조만간 대(對) 중국 투자 제한 조치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 또다시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번달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중국에서 이들 광물을 수출하려면 수입처 등을 상무부에 보고한 뒤 국무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량 94%, 게르마늄 생산량 6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금속은 반도체 생산은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광섬유 통신 등에도 사용된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초 해당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다른 나라를 단속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한 것처럼 중국도 마찬가지로 자국 이익에 따라 이런 조치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첨단 반도체 등의 대중 수출 통제에 맞대응한 성격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질세라 조 바이든 행정부도 조만간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 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중국에 대한 옥죄기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등의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막는, 아웃바운드(역외) 투자 제한 조치가 핵심이다.
여기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범위를 28㎚ 이상인 '레거시칩'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 공정 이하 D램, 14, 16㎚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 장비 등의 중국 수출을 통제해왔지만, 이제 그물망을 더 촘촘히 짜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름 휴가 복귀후 8월 중순쯤 이같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경우, 실제 적용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입장에서도 새로운 조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조현동 주미대사는 전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예기치 않은 피해나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앞으로 관련 동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미국측과도 적극적으로 접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또다시 추가 보복에 나서면서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6~2020년 사이 희토류 15종을 포함한 핵심 원자재 51종 중 33종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셰펑 주미중국대사도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 대담에서 "미국이 대중 수출통제 등 기술 분야 견제 조치를 계속한다면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는 '경고 사격'에 불과하고, 상황이 악화된다면 다음 '카드'로 반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잇단 방중으로 양국간 고위급 소통에 물꼬를 틀면서 '강대강'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가 다소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양국의 조치들이 향후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