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2일 충북 오송 소재 질병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질병청 제공방역 완화와 면역 저하 등이 맞물리며 코로나19 유행이 한 달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국은 2주 뒤 일평균 6만 명, 많으면 8만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달 중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주간 일평균 약 6만 명, 최대 7만 6천 명 정도 발생할 것이라는 단기예측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12월 당시와 비슷한 규모다.
다만 지난달 중순 기준 치명률이 0.02~0.04%, 중증화율은 0.09~0.10%로 선행 유행들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오미크론 대유행 및 두 차례의 재유행 시기 치명률은 0.10%(BA.1/2 변이 우세), 0.07%(BA.5 변이 우세), 0.10%(BN.1 변이 우세) 등 배로 높았다.
지금은 인플루엔자(계절독감)의 치명률에 더 가깝다는 게 당국의 평가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독감 환자의 사망률을 0.03~0.07% 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일 확진자가 설령 6만~7만 명대까지 늘더라도, 사망환자는 예년의 절반 수준일 거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방대본은 "다만
최근 확진자 증가 추세가 가파르고 60세 이상 고령층 발생도 증가하는 양상을 고려해 지속적인 유행상황 모니터링과 위험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대본 제공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기준 일평균 확진자는 4만 4844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환자가 2만 명이 채 안 됐던 6월 넷째 주(약 1만 7천 명)부터 7월 첫 주 2만 2천 명→둘째 주 2만 7천 명→셋째 주 3만 6천 명 등 5주 연속 증가세다. 지난달초부터는 전주 대비 20% 이상 오르고 있다.
주간 감염재생산지수(Rt)도 5주째 유행 확산을 뜻하는 '1 이상'(1.19)을 나타냈다.
전체 유행규모가 커지면서, 고위험군 환자도 연일 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지난 달 첫 주 25.6%에서 지난 주 기준 29.8%로 상승했다.
이에 재원 중 위중증 환자는 6월 4주차 110명에서 7월 4주차 170명으로 늘었고, 주간 사망자도 같은 기간 58명에서 88명으로 뛰었다.
방대본은 "지속적인 변이 발생 및 자연감염·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 유지기간 등을 고려하면
연중 한두 차례의 소규모 등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여름철 증가세 또한 지난 유행시기 우세 변이와는 다른
XBB 변이 계열의 우세화, 기존 백신의 효과 등을 감안하면 예측·관리가 가능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의 주된 목표인 '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접종 후 8~12개월까지 지속되지만, 감염 자체를 막아주는 억제력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취지다.
방대본은 이에 더해
격리의무 해제 후 의심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 여름철 냉방 시 환기 부족, 예방수칙 준수 약화 등을 확산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검출되고 있는 오미크론 하위변이 'XBB' 계열에 대해서는 "WHO에 따르면 (특별한) 중증도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고, 기존 변이 대비 위험도도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 면역회피능력이 강해지고 있는 특성을 감안해 XBB 세부계통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을 현 2급에서 독감과 같은 4급으로 내리겠다고 예고한 정부는 최근 유행동향을 "안정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도 6개월째 전국·수도권·비수도권 모두 '낮음'을 유지했다.
방대본은 코로나의 등급 하향시점을 두고
"향후 전문가 자문을 거쳐 방역상황과 질병 위험도, 대응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 외 독감 등 호흡기감염병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면 접촉이 늘어나는 여름철 휴가지에서는 △외출 전·후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및 주기적인 환기·소독 등 생활방역 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당국은 또
한국을 제외한 해외 주요국이 거의 코로나 전수감시를 중단했다는 점을 들어 WHO 발표통계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표본감시 또는 아예 집계를 하지 않는 나라가 많다 보니
아직까지 전수감시를 유지 중인 한국의 확진자가 보고된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듯한 착시 효과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0~16일 WHO에 신고·집계된 전 세계 확진자 20만 7785명 중 국내 확진자가 9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대본은 "국가별 감시체계가 상이하나 표본감시를 통해 발생 양상을 파악하는 나라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 중
감시자료가 보고되는 일본·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도 최근 환자 및 입원 보고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