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대장동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5시간 30여분 만에 끝났다.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심문이 3시간여 만에 종료된 것에 비하면 시간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검찰과 박 전 특검 측은 이날 심문에서 주요 혐의의 성립 여부와 증거 인멸 정황 등을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청탁금지법 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의 영장 심사를 진행했다.
오후 4시 7분쯤 심문을 마치고 나온 박 전 특검은 '혐의를 어떻게 소명했느냐', '증거 인멸 정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등의 질문에 "됐다", "미안하다"고만 답하고 법원을 떠났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13분쯤 법정에 출석하면서는 "번번이 송구스럽다"며 "법정에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12월 측근인 양재식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출자하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여신의향서를 제출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억원, 시가 불상의 땅과 단독주택 건물을 약속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수재)를 받는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를 준비하던 박 전 특검은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선거 자금 3억원을 수수한 혐의와 2015년 3~4월 사이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받고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도 포함했다.
검찰은 우리은행의 역할이 'PF대출 여신의향서 제출'로 줄어들면서 애초 박 전 특검이 받기로 약속한 대가도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박 전 특검에게 딸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받은 11억원 상당의 대여금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보고 혐의에 포함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보강수사를 통해 금융기관 임직원 지위에서 금품을 수수 약속한 사실, 그리고 금품 수수 구체적 경위, 약속의 실현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혐의를 보강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검찰은 특히 박 전 특검과 김씨 사이에 오간 5억원을 놓고 두 사람이 작성한 '자금차용약정서'를 확보했다.
2015년 9월쯤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 약정서에는 "그해 4월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으로부터 화천대유 유상증자 대금 등 5억원을 빌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김씨가 5억원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3년 뒤 한번에 갚는다는 문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약정서가 박 전 특검의 '5억원 수수 및 50억원 약속' 범죄 사실을 입증할 주요 증거로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자금차용약정서도 주요한 증거로 확인하고 이번 구속 사유에 그 부분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포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심문에서 A4 용지 200여 쪽 안팎의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정황 및 우려 등을 부각하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인멸 우려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숴 폐기하고 새 휴대전화를 개통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비토록 직원 등에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