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2시 30분쯤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KBS인재개발원에 볼리비아 스카우트 대표단 일부 대원들이 도착한 모습. 박창주 기자"갑자기 들어오니까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죠. 얼마나 더 들어올지 정확히 알려주질 않는데… 시설은 마음에 들지 걱정입니다."
8일 오후 12시 반쯤 경기도 수원 인계동에 있는 KBS인재개발원에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온 볼리비아 대표단이다.
선발대로 온 38명의 대원들은 버스에 내려 숙소 건물로 이동하는 짧은 순간에도 뜨거운 뙤약볕에 눈을 찡그리며 한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검붉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대체로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대원들은 자신의 몸집보다 큰 배낭과 손에 든 짐들을 복도 한편에 가지런히 놓고 강당으로 향했다. 에어컨 바람에 시원한 냉기가 가득 찬 강당 안에 들어서자 탄성이 터져나왔다.
시설 관계자와 수원시청 담당 공무원 등은 복도와 사무실을 바삐 오가고 제공할 식음료와 세탁서비스 등 수시로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며, 대원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은 "대략적인 도착 시각도 몰랐다", "몇 명이 더 오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다", "당장 저녁 식사 마련이 걱정이다"라는 등 제한된 인원·일정 정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잠시 혼란을 겪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수원에 도착한 볼리비아 대원들의 잼버리 대회 버스 모습. 박창주 기자한 시간가량 입소 안내와 방 배정을 마친 뒤 키를 받아 든 대원들은 서로 짝을 지어 짐을 챙겨들고 방을 찾아 흩어졌다. 그러고는 숙소 2층 식당에 모여 늦은 점심을 들었다. 메뉴는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 이내 식당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마뉴엘 산체스 바네가스(14) 군은 "마음 한쪽으로는 캠프(야외)에 머물고 싶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 편안한 야영을 희망하기도 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곳(숙소)으로 오게 되면서 정말 극단적으로 다른 느낌을 받았고, 옮기게 돼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그라마르 메르카도(17) 양도 "새만금에서 날씨나 위생적인 측면에서 완벽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스카우트 대원들이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고, 즐겁게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만족했다"며 "새로운 좋은 시설로 옮기면서 한국인들이 친절히 대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경기도로 '대이동' 휴식 모드…기관 간 소통 문제로 차질도
이날 새만금을 떠나 경기도에 배정된 스카우트 대원들은 1만 3500여 명(88개국)으로, 도내 숙소는 모두 64곳이다. 대원들 수용지인 8개 시·도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애초 정부는 수도권 중심으로 인원을 수용하려 했으나, 숙소 섭외의 한계로 충청권까지 범위를 넓혔다.
대부분 숙소는 지자체와 기업 등에서 준비한 대학 기숙사, 공무원·기업 연수원, 교육시설 등이다.
정오를 전후로 수원대와 명지대(용인) 등 대형 기숙사에 국가별 스카우트 대표단 일부가 먼저 도착했고, 현재까지도 순차적으로 추가 인원이 입소 중인 상태다.
KBS인재개발원 내 강당에서 입소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볼리비아 스카우트 대원들. 박창주 기자대원들은 새만금 야영지에서 폭염과 해충, 위생문제 등으로 겪었던 애로를 뒤로 하고 도심지역 숙소에 안착해 휴식을 취하며 남은 대회 일정(12일 폐막)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각 시·군 숙소에 입소한 대원들은 지자체별로 마련한 시내 관광지 탐방과 문화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K팝 공연과 폐영식에도 참석한다.
이동하는 대원 수보다 숙소 수용 인원이 더 많아 일각에서 우려했던 이른바 '숙소 대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의 숙소 이동에는 경찰도 동원됐다. 대원들이 탄 버스를 에스코트하고, 숙소 주변 순찰도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야영 종료 후 '대이동'이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관계 기관 간의 정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사례가 잇따르면서 일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도내 지자체 관계자는 "대원들의 도착 시각이라도 미리 알려줘야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모든 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정보의 제약으로 대원들 맞을 준비를 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이날 볼리비아 대원들에게 제공된 점심 메뉴. 박창주 기자 미국 대표단 달래기 나선 지자체…'K-전통 공연' 추진
각국 대원들이 도내 곳곳에 배치된 가운데, 가장 먼저 새만금에서 퇴영해 미군기지에 머물고 있는 미국 대표단에 대해서는 기초지자체가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평택시는 지난 6일 조기 퇴영 후 평택 미군기지에 둥지를 튼 800여 명의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을 위해 본국으로의 귀환 전에 특별 문화공연 개최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시는 한미국제교류과를 중심으로 한 공연 준비 관련 담당부서들이 평택 내 캠프 험프리스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은 미국 대표단의 일정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상황인지, 또 당일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된 태풍 카눈에 대한 대책은 충분한지 여부다.
현재 부대 안에서의 체험 프로그램 일정 등을 감안하면 공연이 가능한 날짜는 출국 전날인 10일 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는 태풍 피해 방지를 위해 실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위치한 대학교 측과 협의하고 있다. 무대가 부대 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전통 농악과 태권도 시범 등 대한민국의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공연이다. 평택시국제교류재단이 구체적인 행사 기획 등을 맡았다.
평택시 관계자는 "공연이 가능한 장소와 시간이 확정되면 재단에서 구체화한 공연들로 미국 대원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선보이려는 취지"라며 "우리나라와 평택지역의 따뜻한 온정과 좋은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