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전북 새만금 잼버리장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잼버리 부실을 계기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 책임론의 경우 주무 부처인 여가부 비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방어적인 여권 입장에선 책임론을 건너뛰고, 폐지론으로 향하는 것이다.
야당도 여가부를 비판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자칫 폐지론에 여론의 힘이 실리면 그간 '반대' 입장과 상충한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9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야당의 정치적 배후, 여가부 폐지를 운운하기 전에 수습 총력 대응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의 대응이 사태의 수습보다 책임을 돌리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8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없어졌으면 대회도 훨씬 잘 됐을 것"이라며 "여가부는 구조적으로 잘하기 힘든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허은아 의원은 6일 "압도적 무능 증명한 여가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대응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도청으로 집중하는 한편, 정부 책임에는 선을 긋는 대신 여가부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 방식이다.
유상범 대변인은 "(더불어) 민주당이 이번 잼버리 행사의 준비 소홀에 대해 윤석열 정부 탓을 하는 것은 매번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이야기하던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자체는 전체 국민 세금의 60%를 가져갈 만큼 권한과 예산을 가지고 있다"며 전북도를 겨냥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태권도 체험을 위해 방문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 스카우트 대원들과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당 안팎에선 여가부 장관에 책임을 묻는 발언들이 흘러나온다. 당 관계자는 "사태 수습이 끝난 뒤 김현숙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감찰, 국회의 감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장관이 브리핑에서 잼버리 조기 철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 주는 시점"이라며 "부산 엑스포 유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야권은 정부 책임론을 거세게 지적하면서도 '장관 사퇴'와 같은 촉구로 나아가진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여당의 '여가부 폐지' 입장이 장관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준비) 기간이 너무 촉박했을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 논쟁 없이 처음부터 장관이 챙기고 중요 사업으로 여겼어야"라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론'과 무관하게 여가부의 실정은 곧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 자르기 하려는 시도 역시 시작되고 있다"며 "김 장관의 무능 역시 뼈저리게 평가돼야 하는 부분이지만 더욱 커다란 무능은 애초에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부처에 국제 행사의 총괄을 전부 떠넘긴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