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과일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 중심을 관통하고 나가면서 과일값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전체적으로 과일 생산량이 줄어든데다 강한 바람을 동반했던 태풍으로 낙과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11일 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전날 오전 9시20분쯤 경남 거제 부근으로 상륙했다. 태풍 위력이 '강'에서 '중'으로 낮아졌지만 최대 초속 33m로 지붕을 날릴 수 있는 강한 바람을 동반하며 북상했다.
이로 인해 경상 남북도와 전라도 등을 중심으로 사과와 배 등 과일의 낙과가 발생했고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태풍 전부터 올 가을 과일값은 오를 것으로 전망됐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9일 '농업관측 8월호 과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사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8.7% 줄고 평년보다 9.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8월 사과 도매가격은 홍로 품종(10㎏)의 경우 5만5000원으로 1년 전 5만2100원 대비 5.6%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배 생산량도 지난해 보다 21.8%, 평년보다 4.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원황 품종(15㎏) 도매가격은 4만8000~5만2000원으로 지난해 4만3300원 보다 10.9~20.1%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올해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사과와 배 농장의 피해가 커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충북·충남, 경북 등지에서 주로 반입되는 사과의 경우 올 봄 이상고온으로 평년보다 개화는 빨랐으나 뒤이은 추위로 냉해를 입었고, 지난달에는 집중호우로 낙과 피해를 입기도 했다.
농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과수 피해는 복숭아 1400ha, 사과 537ha, 배 98ha 등 모두 3043ha나 발생했다.
박종민 기자이로 인해 실제 사과와 배의 도매가격은 연구원의 예측보다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0일 기준 사과 홍로 품종(10㎏)의 경우 10만1000원으로 1년 전 6만7070원 대비 50.5% 올랐다. 배는 원황 품종(15㎏)이 5만6900원에 거래돼 22.8% 상승했다.
추석의 대표적 과일인 사과와 배의 생산량이 20% 정도 준데다 폭염과 낙과로 인한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추석 물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주요 과일의 수확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명절을 앞두고 과일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일정부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부담 우려가 커지자 농식품부는 과수 수급관리 대응반(T/F) 운영을 통해 추석 과일 성수품 수급 안정에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T/F는 대형마트와 농협 등 생산, 유통 등 민·관을 포괄한 관계기관으로 구성됐으며 추석 3개월 전인 지난 7월 5일부터 가동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대형유통업체와 협력해 다양한 과일 선물상품을 구성하고 공급량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추석 선물 세트의 경우 사과, 배뿐 아니라 샤인머스캣, 멜론, 견과류 등을 혼합한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사과와 배의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확대하는 등 농협을 중심으로 성수기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지원과 유통업체별 행사를 연계해 할인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